[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손흥민(이상 토트넘)을 향한 인종차별 발언으로 결국 중징계를 받았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18일(이하 한국시각) '벤탄쿠르는 혐의를 부인했다. 독립 규제위원회는 증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독립 규제 위원회는 미디어 인터뷰와 관련해 FA 규정 E3을 위반한 벤탄쿠르에게 7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10만 파운드를 부과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벤탄쿠르는 맨시티(원정)-풀럼(홈)-본머스(원정)-첼시(홈)-사우샘프턴(원정)-리버풀(홈)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또한, 12월 20일 열리는 맨유와의 카라바오컵 8강전도 출전할 수 없다. 그는 12월 27일 열리는 노팅엄과의 EPL 원정 경기에야 합류할 수 있다.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일이다. 앞서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은 '벤탄쿠르에게 조처가 예상된다. 7경기 출전 정지 징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다른 언론 디애슬레틱도 구체적인 기간을 명시하진 않았으나 '토트넘 구단도 벤탄쿠르에게 장기 출전 정지 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FA 징계위원회는 선수 개인의 인종차별에 6∼12경기의 출전 정지 징계를 내리도록 규정에 명시했다.
지난 6월이었다. 우루과이 출신 벤탄쿠르는 자국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손흥민과 관련된 발언을 했다. 그는 진행자에게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벤탄쿠르는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다.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동양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인종차별적 인식이 드러난 발언이었다.
벤탄쿠르는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손흥민에게 사과했다. 사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사과의 진정성 때문이었다. 벤탄쿠르는 24시간만 유지되는 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쏘니(Sony brother)! 정말 나쁜 농담이었다. 사과한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죠. 나는 결코 당신은 물론 그 누구도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사랑한다'고 했다. 하지만 손흥민을 애칭인 Sonny가 아닌 Sony로 작성해 문제가 더욱 커졌다. 하지만 벤탄쿠르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의 엉망진창 사과문은 24시간만에 사라졌고, 벤탄쿠르는 이후 자유롭게 SNS 활동을 진행했다.
토트넘 구단과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안일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탄쿠르에 대해 '실수'였다고 옹호하며 사태 축소에 급급했다. 그는 "우리는 벤탄쿠르를 잘 안다. 이번에 큰 실수를 했다. 처벌을 받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도 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손흥민과 벤탄쿠르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논의를 했다. 둘 모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사람이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속죄하고 배우는 기회다. 우리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관대한 사회를 꿈꾼다. 실수를 저지른 사람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벤탄쿠르처럼 말이다"라고 말했다.
벤탄쿠르와 토트넘을 향한 분노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국제단체 킥잇아웃(Kick it out)은 20일 '우리는 벤탄쿠르가 손흥민에 대해 언급한 내용에 대해 상당수의 제보를 받았다. 이에 관한 보고서는 이미 클럽과 관련 당국에 전달됐다. 우리는 벤탄쿠르가 잘못을 시인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는 동아시아 및 더 넓은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우리는 다음 시즌에도 이러한 광범위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킥잇아웃은 스포츠에서 차별을 근절하자는 취지로 1993년에 설립됐다. 영국 언론 BBC는 '차별금지 자선단체 킥잇아웃은 벤탄쿠르가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비방을 한 것에 대해 상당한 수의 불만을 접수했다고 밝혔다'고 빠르게 보도했다. FA는 벤탄쿠르를 기소했다.
결국 손흥민이 직접 나섰다. 그는 SNS를 통해 상황을 수습했다. 손흥민이 입장을 밝히자 토트넘 구단도 뒤늦게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토트넘은 SNS를 통해 '이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다양성, 평등, 포용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겠다. 주장 손흥민이 논란을 뒤로 하고, 다가오는 새 시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지하겠다. 글로벌 팬과 선수단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구단과 사회에는 어떤 종류의 차별도 없어야 한다'고 했다.
사고는 발생한 뒤였다. 손흥민의 용서에도 FA는 벤탄쿠르에게 강력한 징계를 내렸다. 안일했던 토트넘도 벤탄쿠르의 징계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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