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인천 유나이티드의 '혁신'을 위해 구성된 '비상(飛上)혁신위원회'가 갓 출범하자마자 흔들리는 모습이다.
인천은 올 시즌 최하위에 머물며, 창단 후 처음으로 강등의 수모를 겪었다. 곧바로 시에서 나섰다. 구단주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25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축구협회 윤리위원회 부위원장인 최대혁 서강대 미래혁신연구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유 시장은 "비상혁신위원회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강력한 구단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첫 단추"라며 "비상(飛上)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번 기회를 통해 인천이 '잔류왕'이 아닌 강력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리그를 이끄는 '백년구단'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존의 비상대책위원회와는 다른 그림이다. 인천은 위기마다 비대위를 가동했다. 강등 위기에 놓인 지난 2018년에도 잔류를 위한 특단의 조치로 비대위를 가동한 바 있다. 결국 극적으로 목표를 달성한 후 당시 비대위원장이었던 전달수 위원장은 대표이사로 말을 갈아탔다. 전 대표는 6년간 구단 살림을 맡아 임중용 단장과 환상의 호흡을 보이며 창단 첫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 등 인천의 황금기를 이뤄냈다.
원포인트 릴리프에 가까웠던 과거 비대위와 달리, 이번 비상혁신위원회는 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데 목적이 있다. 비상혁신위원회는 선수단의 전력 분석과 정밀 진단, 정기 이적 시장 대비 선수단 구성안, 사무국 운영방식 개편 등 구단의 체질 개선과 혁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설동식 한국지도자협회장과 서형욱 축구전문언론 '풋볼리스트' 대표, 배태한 독일체육대학교 전력분석관, 정태준 인천축구협회장 등 축구 관련 각 분야 전문가가 비상혁신위원회에 이름을 올렸다.
인천이 나아가야 할 비전과 이에 따른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할 비상혁신위원회가 정작 엉뚱한데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인사 문제에만 치중한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벌써부터 임중용 단장과 최영근 감독의 경질설 등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다. 신임 감독, 심지어 신임 대표이사 관련 이야기까지 비상혁신위원회 안팎에서 나오는 형국이다. 당초 비상혁신위원회의 본질과는 다른 그림이다.
비상혁신위원회는 이제 한 차례 모였다. 올 시즌 인천의 실패 원인을 분석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경질이나 인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비상혁신위원회를 향한 의구의 시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연히 실패에 대한 책임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전달수 대표가 강등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상황이다. 전 대표는 "우리 구성원은 최선을 다했다. 강등의 모든 책임은 최고 경영자인 나의 잘못이다. 남은 이들이 인천을 더욱 발전시켜줄 것이라 믿는다"며 자진사퇴했다.
물론 혁신의 시작은 '인사'다. '인사가 만사'라 했다. 비상혁신위원회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새로운 인사가 혁신을 위한 결론이라면, 그 또한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인사의 핵심은 '책임'이다. 전 대표가 물러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사정을 잘 아는 축구 관계자는 "비상혁신위원회 핵심 멤버 중 다음 시즌까지 구단에 남아 있을 사람이 누가 있는가. 과연 그들이 대안 없이 인사권을 휘두른 뒤, 실패하면 그때는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며 "비상혁신위원회가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지 않고, 잿밥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인천의 재기는 요원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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