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그건 농담이었을 뿐…"
아무리 농담이라고 해도 하지 말아야 할 말이라는 게 있다. 농담과 비방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 '선'을 넘으면 그때부터는 더 이상 농담이 아니게 된다. 이 선을 넘는 순간 해당 발언은 웃음을 주는 농담이 아니라 분쟁의 시발점으로 돌변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의 아르네 슬롯 감독이 이 경계선을 넘는 발언을 했다. 맨체스터 시티가 받고 있는 115건의 규정 위반 혐의를 언급하며 농담을 한 것.
스스로도 선을 살짝 넘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는지 몇 번이나 "농담이었다"고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이미 말은 입을 떠났다. 맨시티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화를 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즉각적인 반응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면서 화를 삭혔다. 그리고는 슬롯 감독을 용서했다.
영국 데일리스타는 5일(한국시각) "과르디올라 감독이 침묵을 깨고 리버풀 슬롯 감독이 했던 '맨시티 혐의 115건' 농담에 관해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시즌까지 EPL 최초로 4시즌 연속 우승을 달성한 맨시티는 이번 시즌 상당히 고전하고 있다. 핵심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이 핵심 요인이다. 결국 맨시티는 최근 5경기 연속패배의 굴욕적인 결과를 맞이했다.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이런 결과가 나오자 심하게 동요했다. 급기야 경기 도중 자신의 얼굴을 손톱으로 긁어 상처를 내는 등 이상행동마저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현재 흔들리는 맨시티를 제치고 리그 1위에 올라있는 리버풀의 아르네 슬롯 감독이 맨시티를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 리버풀과 맨시티는 지난 2일 2024~2025시즌 EPL 13라운드 맞대결을 펼쳤다. 리버풀의 홈구장 안필드에서 열렸다.
리버풀이 2대0으로 승리했다. 맨시티를 5연패에 빠트린 경기였다. 승리에 도취된 나머지 슬롯 감독은 선 넘는 농담을 했다. 내년 6월에 계약이 만료되는 리버풀의 간판 골잡이 모하메드 살라가 맨시티를 상대로 치른 13라운드 홈경기가 맨시티와의 마지막 대결이 될 수도 있다는 취재진의 말에 이상한 농담을 했다.
슬롯 감독은 "어쩌면 살라가 맨시티의 115건 위반 혐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음 시즌에 맨시티가 EPL에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살라가 리버풀에 남더라도 맨시티가 EPL에서 쫓겨나기 때문에 이 경기가 마지막 대결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살라가 리버풀과 계약이 만료되면 새 팀으로 떠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질문에 대해 슬롯 감독은 오히려 맨시티의 상황을 끌어들여 농담으로 받아친 것이다.
실제로 맨시티는 이번 시즌을 마치면 강한 징계를 받아 EPL 무대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현재 무려 115건의 금융 규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EPL 사무국 측과 법적 분쟁 중이다. 맨시티의 위반 사실이 결정되면 강등도 피할 수 없다. 법정 싸움은 2025년 말 이전에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항소가 장기화 될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과르디올라 감독 입장에서는 화가날 법도 하다. 최근 5경기 연속 패배의 와중에 팀이 강등될 수도 있는 상황을 슬롯 감독이 농담의 소재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 발언이 나온 직후 과르디올라 감독은 침묵했다. 화가 난 듯 했다.
시간이 지나고 화가 풀리자 과르디올라 감독이 입을 열었다. 마침 5일 노팅엄시티와의 EPL 14라운드를 앞두고 "그냥 농담이었을 뿐이다. 슬롯 감독은 농담을 했다"라며 쿨 하게 넘겼다. 침착함을 되찾은 듯 했다. 평정을 되찾은 덕분인지 이날 경기에서 맨시티는 노팅엄시티를 3대0으로 격파하고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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