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강원FC가 '일관성'보다 '변화'를 택했다. 지난 6일, '강원 동화'를 집필한 윤정환 감독의 퇴단과 정경호 수석코치의 감독 승격을 연달아 발표했다. '하나은행 K리그1 2024'에서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하며 '꿈의 무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선물한 윤 감독은 K리그에서 스플릿라운드 도입 후 처음으로 갈등 끝에 불명예스럽게 떠난 '준우승팀 사령탑'으로 역사에 남았다. 2023년 포항의 준우승을 이끈 김기동 감독은 포항과 '아름다운 이별' 후 FC서울로 적을 옮겼다. 2020년 울산의 준우승을 이끈 김도훈 감독은 시즌 후 자연스럽게 홍명보 현 A대표팀 감독에게 바통을 넘겼다.
'윤정환의 퇴장'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말이었다. 지난 여름, 축구계에선 역대급 행보를 보이던 강원을 둘러싸고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윤 감독이 다른 K리그 구단을 맡으러 떠날 수 있다.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는 벌써 정 코치를 차기 사령탑으로 염두에 뒀다'고 복수의 축구인, 축구계 관계자들이 말했다. 김 대표는 사석에서 자주 '감독 정경호'를 입에 올렸다고 한다. 윤 감독도 이 소문을 모를 리 없었다. 2024시즌을 끝으로 강원과 기존 계약이 만료되는 윤 감독과의 재계약 협상이 차일피일 미뤄지며 의심은 점차 확신으로 바뀌었다. 강원 구단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축구인은 "이미 여름부터 김 대표와 윤 감독이 내년에 동행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 순간부터 김 대표와 윤 감독 사이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 것처럼 데면데면했다. 윤 감독은 구단을 운영하는데 있어 김 대표가 자신을 선수 시절 후배처럼 대하는 것에 불만을 느꼈고, 김 대표는 올해 성과가 온전히 윤 감독 능력 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다"고 귀띔했다.
윤 감독은 재계약 협상 테이블에서 큰 폭의 연봉 인상을 요구했다. 강원에 연봉을 깎아서 온 만큼 일본 무대에서 받던 수준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지난달 29일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윤 감독은 "강원의 준우승은 모두가 생각 못 했을 것이다. 올해 굉장히 '핫'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않았나. 이 부분에 대한 평가를 받고 싶은 것은 어느 지도자나 같은 마음이다. 팀 관계자, 대표님께서 결단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애초 정해진 데드라인까지 구단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기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김 대표의 의중을 확인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감독 계약 당시 조건이었던 2024년 우승시 연봉 5억원에 맞춰, 그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 기본 연봉을 정했다. 그런데 윤 감독측은 현 연봉의 2배 이상을 요구했다. 구단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야만 해 고민하는 중"이라고 난색을 보였다. 양측의 연봉 갭은 3~4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한 발씩 양보하면 좁혀질 수도 있었지만, 어느 쪽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깊은 감정의 골도 원활한 협상의 걸림돌이 됐다. 김 대표가 지난달 22일 K리그 대표이사급 중 최고 대우로 장기 재계약을 체결한 뒤 사실상 협상은 끝난 것과 다름없었다. 6일 유튜브 방송에 앞서 윤 감독측에 최후통첩을 한 뒤 여름부터 소문이 나돌던대로 정경호 신임 감독을 내정했다. 김 대표는 "추가 협상을 했지만, 감독이 요구하는 범위와 구단의 생각은 꽤 많이 차이가 났다. 윤 감독의 요구를 수용하고, 코치진과 선수단의 요구를 모두 맞출 경우 내년 예산이 70% 초과된다"며 예산상의 이유로 윤 감독과 함께할 수 없었다고 재차 설명했다. 윤 감독은 지도자가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연봉이 낮은 다른 감독으로 대체되는, 유럽, 일본과는 다른 국내 축구 현실을 개탄하곤 했는데, 강원이 그런 코스를 밟은 꼴이 됐다. 8년 수석코치 생활을 끝내고 1부 감독으로 첫 발을 뗀 정 신임 감독은 "강원은 나에게 의미가 큰 고향팀이다. 중책을 맡겨준 김 대표께 감사드린다. 올해 강원 동화는 끝났다. 2025시즌엔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윤 감독은 본지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강등이라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모든 구성원이 한마음이 되어 싸웠고, 함께 이겨냈다. 그리고 올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며 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선수들과 함께 노력한 끝에, 우리는 준우승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일궈냈다"며 "우리의 여정이 여기서 멈춘다 해도, 우리가 함께 이뤄낸 성과와 그 안에 담긴 열정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강원이 더 큰 성공과 기쁨을 누리길 진심으로 응원하겠다. 새로운 길에서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작별사를 남겼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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