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미래에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김도영(21, KIA 타이거즈)은 지난달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12'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였다. 비록 한국은 1라운드 조별리그 B조에서 강적 일본과 대만에 발목을 잡히는 바람에 3승2패로 탈락했지만, 김도영은 공수에서 펄펄 날았다. 타이베이를 찾은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은 한국전을 꼭 찾아 김도영의 플레이 하나하나를 세세히 기록해 가기도 했다. 김도영은 대회 5경기에서 타율 0.412, 3홈런, 10타점, OPS 1.503을 기록했다. 김도영의 무대를 한국에서 세계로 넓힌 순간이었다.
김도영은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선수로 발돋움했다. WBSC는 23일(한국시간) 2024 프리미어12에서 활약한 선수 상위 10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번 대회 해설을 맡았던 알렉스 코헨이 투표했는데, 코헨은 3위에 김도영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지난 21일에는 MLB.com 기자 마이클 클레어가 선정한 톱10 명단에는 7위에 김도영이 있었다.
코헨은 김도영을 3위에 올린 이유와 관련해 "한국은 슈퍼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김도영의 파워와 타격은 대만에서 좋은 볼거리였다"고 평했다.
김도영은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주목하는 특급 유망주 트래비스 바자나(22,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를 가볍게 따돌려 눈길을 끌었다. 내야수인 바자나는 2024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클리블랜드에 유니폼을 입었다. 호주 출신 최초로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에 지명되는 역사를 쓴 선수다. 클리블랜드는 바자나에게 계약금만 895만 달러(약 130억원)를 안겼다. 김도영의 올해 연봉 1억원과 비교도 안 되는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다.
프리미어12에서는 김도영이 바자나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펄펄 날았다. 호주 대표로 나온 바자나는 이번 대회에서 타율 0.263(19타수 5안타), 1타점, OPS 0.596에 그쳤다. 홈런은 하나도 생산하지 못했다. 코헨은 바자나를 5위에 올렸고, 클레어는 바자나를 상위 10명 안에 적지도 않았다.
메이저리그 통산 464홈런을 자랑하는 레전드 넬슨 크루즈(44)의 눈에도 김도영은 특별해 보였다. 크루즈는 한국과 함께 B조에 속한 도미니카공화국의 조력자로 대회 기간 함께했는데, 한국과 경기에 앞서 김도영의 재능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지금은 바자나가 메이저리그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지만, 김도영이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자격을 갖출 수 있는 4년 뒤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크루즈는 "홈런을 많이 친 3루수(김도영)가 좋았다. 미래에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대만과 한국, 일본에서 미국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있기도 하고, 재능을 갖추고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빅리그에 진출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김도영을 높이 평가했다.
김도영은 광주동성고를 졸업하고 2022년 1차지명으로 KIA에 입단해 프로 3년차인 올해 잠재력을 제대로 터트렸다. 올 시즌 141경기에서 타율 0.347(544타수 189안타), 38홈런, 109타점, 143득점, 40도루, OPS 1.067로 맹활약하며 리그 MVP를 차지했다. 역대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 최연소 30홈런-30도루, 최연소·최소경기 100득점 등을 달성했다. 김도영은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비롯해 각종 시상식에서 최고 선수상을 휩쓸었다. 현재 그의 내년 연봉이 최고 관심사인데, 프로 4년차 선수 역대 최초로 연봉 4억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월이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해 좋은 대우를 받은 외야수 이정후(26,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지켜보면서 "우리 KIA도 메이저리그에 하나 보낼 선수가 나오면 엄청 좋지 않겠나"라고 한마디를 툭 던진 적이 있다. 그때 꼽은 가장 유력한 선수가 김도영이었다.
이 감독은 "그 나이에 저렇게 하는 게 정말 어려운 것이다. 진짜 어려운 일이고, 팀으로서 또 감독으로서는 잘 성장해 좋은 선수가 돼서 우리 KIA도 메이저리그에 하나 보낼 선수가 나오면 엄청 좋을 것"이라고 했다.
8개월여 흐른 지금. 김도영은 메이저리그 진출이 기대되는 유망주 수준을 뛰어넘어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간판타자로 우뚝 섰다. 김도영이 메이저리그 진출 자격을 얻기 위해 앞으로 남은 4년이 길게만 느껴지는 요즘이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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