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기침과 어지럼증에 충혈된 눈. 그런데 16득점 대폭발.
IBK기업은행은 27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의 홈경기에서 3대0 완승을 거뒀다.
그런데 경기 전 몇몇 선수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몸을 푸는 모습이 포착됐다. 코로나19 시절 이후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마스크 착용 경기. 주전으로 경기를 뛰는 선수 중에는 육서영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마스크를 착용한 육서영은 '천하무적'이었다. 공을 때리는 족족, 도로공사 코트에 꽂혔다. 이날 16득점을 몰아치며 경기 MVP가 됐다.
마스크의 힘이었을까. 사실 육서영은 이날 정상이 아니었다. 지독한 감기 때문이었다. 선수단 내 감기 환자가 속출했는데, 육서영도 도로공사전 3일 정도를 앞두고 아프기 시작했다.
실제 육서영은 경기 후 인터뷰실에서도 콜록콜록 기침을 했다. 눈은 빨갛게 충혈돼있었다. 맹활약에 팀도 이겨 기분은 좋아보였지만, 말을 하는데 힘이 없다는 게 느껴졌다.
육서영은 "감기 때문에 어지러웠다. 그래도 경기에서는 최대한 집중하려 애썼다. 도핑 문제로 약을 제대로 먹지 못하니 낫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그런 육서영을 향해 김호철 감독과 코치들은 "아프니까 더 잘한다"고 짓궂은 농담을 했다. 김 감독은 "감기 때문에 연습을 못 하고 시합에 나갔는데, 연습 안 하니 더 잘한다"며 신기해했다. 육서영도 "아프면서 힘이 빠지니, 그게 나에게는 득이 되지 않았나 싶다"며 웃었다. 모든 스포츠가 힘이 들어가면 오히려 제대로 힘을 싣지 못하고, 힘이 빠져야 더 파워풀해진다는 원리의 지배를 받는다.
또 하나 활약의 비결이 있었다. 바로 세터 천신통과 만든 비하인드 스토리였다. 이 경기를 앞두고 육서영은 통역을 통해 "이렇게 볼이 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천신통에게 전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볼이 날아오면, 때리기 힘들다는 걸 천신통이 알아볼 수 있는 영상을 구해 보여주기까지 했다. 그랬더니 도로공사전에서는 그 때리기 힘든 토스볼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육서영은 "오늘이 천신통과 함께 경기한 후 토스가 가장 좋았던 날인 것 같다. 제일 편하게 때렸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천신통도 "소통을 통해 호흡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육서영이 아픈 가운데 공을 잘 때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화답했다.
육서영은 2019년 기업은행에 입단한 후 주전으로 자리잡지 못하다, 올시즌 급성장한 모습으로 당당하게 한 자리를 잡았다. 그는 "감독님이 비시즌 믿음을 주셨다. 또 아시아쿼터 세터가 합류해 시즌 전부터 손발을 많이 맞춰본 게 나에게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동력을 설명했다.
육서영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건, 기업은행이 21억원을 투자해 야심차게 영입한 이소영의 어깨가 정상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제 이소영이 제 컨디션을 찾으면 황민경까지 3명이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한다. 육서영은 "선의의 경쟁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코트에 들어갔을 때 내 몫을 하고 싶다. 누가 좋지 않을 때 서로서로 도와줄 수 있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 물론 내가 주전으로 나갔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며 밝게 웃었다.
화성=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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