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부산을 떠들썩하게 했던 카리나(걸그룹 에스파)의 시구를 가르쳤다. 그리고 퓨처스 올스타전에선 직접 카리나로 변신했다.
롯데 자이언츠 박준우(19)가 그 주인공이다.
유신고 출신 박준우는 올시즌을 앞두고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전체 33번)에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동기들 중 상대적으로 1군 활약은 적었다. 1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전미르와 정현수(1~2라운드), 수비력과 주력을 인정받은 이호준(3라운드)만큼 많은 경기를 뛰진 못했다. 하지만 카리나 덕분에 강렬한 존재감을 뽐낼 수 있었다.
퓨처스(2군)에서는 15경기에 선발 등판, 67⅔이닝을 소화하며 4승5패 평균자책점 5.05를 기록했다. 꾸준히 선발로 기회를 받았고, 언제든 1군에서 부름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온 대체선발이었다.
시즌 말미 1군에 콜업, 2경기 2이닝을 던졌다. 1군 데뷔전이던 9월 8일 SSG 랜더스전은 1이닝 퍼펙트로 잘 던졌지만, 4일 뒤 KIA 타이거즈전에는 1이닝 2실점으로 아쉬웠다. 이를 지켜본 김태형 롯데 감독은 "생각보다 괜찮다. 기록 대비 장점이 있다. 앞으로도 종종 1군에서 기회를 줘볼만 하다"는 평을 내렸다.
박준우는 차세대 롯데 선발 유망주 중 한명이다. 1m90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최고 150㎞ 직구가 인상적이다. 1군 무대에서도 148㎞까지 찍으며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말 리얼글러브 시상식에선 롯데를 대표하는 퓨처스선수상(팀당 3인)의 일원으로도 뽑혔다.
차기시즌 4~5선발 자리는 현재로선 공석이다. 커리어에서 앞서는 김진욱과 나균안이 우선 기회를 받겠지만, 이민석 정현수 박진 이병준 박준우에 1라운드 신인 김태현까지, 젊은 투수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모양새다.
사실 박준우가 카리나의 시구 지도를 맡은 건 우연이었다. 평소 같으면 1군 명단에도 없던 박준우까지 넘어올 기회가 아니다.
하지만 카리나의 시구는 전날 우천으로 인한 더블헤더 2차전에 치러졌다. 때문에 1군 선수들은 불확실한 개최 시간에 맞춰 준비해야했다. 2차전 역시 개최 여부가 미정이었던 상황.
때문에 김해 상동연습장에 있던 박준우가 행운의 주인공이 된 것. 물론 구단 입장에서도 꾸준히 2군 로테이션을 도는 투수, 언제든 1군 무대에 선보일 수 있는 선수를 한번쯤 노출시켜야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리고 퓨처스 올스타전을 통해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했다. 최소한 야구판 어디를 가든 '그때 그 투수'로 불릴 정도의 확실한 인상은 남겼다. 야구 외적인 임팩트이긴 하지만, 야구 관계자들은 이른바 '사직 카리나'에 대해 10개구단 야구팬들이 모두 주목하는 큰 무대에서 주눅들지 않는 심성만으로도 플러스 점수를 줄수 있다고 했다. 다만 순간의 영광에 취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김태형 감독은 롯데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박진이나 김강현도 1군에서 적절히 활용할 만큼 '매의눈'으로 선수단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다.
박준우의 경우 일단 확실한 눈도장은 받았다. 이제 스스로 하기에 달렸다.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스프링캠프에서 사령탑의 시선을 끌 수 있을까. 19세 박준우의 꿈은 이제 시작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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