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편곡한 K팝을 서울시향이 연주…15일에는 웬디 협연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우린 참 별나고 이상한 사이야∼.'
걸그룹 레드벨벳의 히트곡 '사이코'(Psycho)를 대표하는 소절이 흘러나온 순간 평소에 듣던 멤버들의 가성은 들리지 않았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은은하게 공연장을 채우는 서로 다른 목관악기의 선율이었다.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이 각자의 음색으로 소절을 변주할 때 머릿속으로는 악기들이 걸그룹을 결성한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위드 서울시립교향악단'은 '목관악기 걸그룹', '금관악기 보이그룹' 등 여러 상상을 불러일으킨 공연이었다.
'SM 클래식스'는 2020년 출범한 SM엔터테인먼트 산하 클래식·재즈 레이블로, K팝을 클래식 음악으로 편곡해 선보이고 있다. 이날 무대는 SM의 창립 30주년과 서울시향의 창단 80주년을 기념하며 첫 번째로 개최한 K팝 오케스트라 콘서트였다.
샤이니 민호의 내레이션으로 막을 올린 공연은 관객들을 SM의 세계관으로 초대하는 연주곡 '웰컴 투 SMCU 팰리스'(Welcome To SMCU Palace)를 첫 곡으로 들려줬다.
이어 레드 벨벳의 '빨간 맛', NCT 위시의 '생일', 보아의 '나무' 등 익숙한 K팝 음악 18곡이 클래식 편곡을 거쳐 흘러나왔다.
여름에 어울리는 곡인 '빨간 맛'은 목관악기와 타악기가 전면에 나서며 곡의 경쾌한 분위기를 살렸다. 곡을 연주하는 동안 공연장 벽면에는 울창한 숲을 헤치고 지나가는 그래픽이 상영돼 청량한 분위기를 더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가수의 목소리에 어울리는 악기를 떠올리고, 어떤 악기로 곡의 특징을 표현할지 예상하며 듣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엑소의 '으르렁'에서는 후렴 멜로디를 플루트로 연주하다 강한 소리를 내는 금관악기로 연주하며 점차 격해지는 감정을 표현한 서울시향의 완급조절이 돋보였다.
희망찬 미래를 노래하는 NCT 드림의 '헬로 퓨처'(Hello Future)에서는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피아노와 관악기가 이어받으며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일부 곡에서는 클래식 음악의 주제 선율과 K팝 곡의 도입부를 연결해 정서를 강화했다. 고(故) 종현의 '하루의 끝'에서는 드뷔시 '달빛'을 도입부에 연주해 서정적인 느낌을 살렸고, 동방신기 '라이징 선'(Rising Sun)에서는 비발디 '사계 중 여름'으로 장중한 인상을 추가했다.
공연 후반부에는 베이스 기타와 협연한 라이즈의 '붐 붐 베이스'(Boom Boom Bass), 금관악기 편성을 강조한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로 희망찬 분위기를 연출했다.
앙코르곡은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을 샘플링한 에이치오티(H.O.T)의 '빛'이었다. K팝 역사를 대표하는 에이치오티의 노래가 베토벤의 교향곡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목에서 'K팝의 클래식'이 되겠다는 SM의 포부를 느낄 수 있었다.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는 1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한 차례 더 공연한다. 레드벨벳 웬디가 무대에 올라 서울시향과 협연한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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