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솔직히 살면서 이런 날이 안올줄 알았다."
삼성 라이온즈 김태훈이 1일 잠실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처음 내뱉은 말이었다.
사실 이날 8회초 2사 1루서 김태훈이 대타로 나섰을 때만 해도 김태훈이 역전 투런포를 칠 것이라로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2015년 입단한 11년차지만 1군에서 통산 홈런이 2개 뿐이었고 퓨처스리그에서 타격왕을 할 정도로 좋은 타격을 보여주지만 장타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기 때문.
그런데 1S에서 LG 박명근의 2구째를 친 김태훈의 타구는 치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큰 타구였다. 우익수 문성주가 펜스 끝까지 따라가지만 끝내 잡을 수 없는 관중석으로 넘어가는 역전 투런포. 그의 통산 세번째 홈런이자 삼성 유니폼을 입고 친 첫 홈런이었다. 그리고 이 홈런으로 삼성은 왕조의 마지막 해였던 2015년 이후 10년만에 7연승을 완성할 수 있었다.
유신고를 졸업하고 2015년 KT에 2차 5라운드 53순위로 입단한 김태훈은 2020시즌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타격왕에 오를 정도로 타격 재능이 있는 유망주였다. 2022시즌이 끝나고 김상수가 KT로 FA 이적을 하면서 보상선수로 삼성으로 넘어왔고, 이적 첫해인 2023년 시범경기서 타율 3할1푼4리(35타수 11안타)에 3홈런 12타점으로 타점 1위에 올라 '보상 선수 신화'에 도전하는 듯했다. 그러나 오른발목 인대 손상으로 3개월 이상 빠지게 됐고 그사이 기회는 날아갔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타격왕에 오르며 여전히 타격에 대한 강점을 보여줬지만 좀처럼 1군에서 뛸 기회는 적었다. 2023년 22타석, 지난해 21타석이 얻은 기회의 전부였다.
올해도 2군으로 출발한 김태훈은 베테랑 김헌곤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지난 5월 24일 1군에 올라왔다. 30일 LG전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를 기록했던 김태훈은 이날 역전 투런포로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기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
홈런은 공을 노리기보다는 타이밍을 앞쪽에서 치는 것만 생각했다. 김태훈은 "감독님이 부르셔서 늦지 말라고, 앞에서 쳐라고 하셨다. 그냥 잘쳐라 안타쳐라가 아니고 앞에서 쳐라고 하셔서 편하게 칠 수 있었고, 진짜 앞에 놓고 쳤는데 잘 맞았다"면서 "상대 투수 공이 워낙 빨라서 노려서 치긴 쉽지 않았고 그냥 앞에서 친다고 했는데 운좋게 걸려서 넘어간 것 같다"며 웃었다.
홈런을 친 뒤 누가 봐도 행복한 '찐' 웃음을 띄고 그라운드를 돌았던 김태훈은 "힘든 시간이 진짜 많았는데 역전하는 홈런이라서 너무 행복해서 (표정을)숨길 수 없었던 것 같다"라면서 "항상 1군보다 2군에 있는 시간이 길었다. 힘든 날도 진짜 많았는데 그래도 뭐 버티면 기회가 온다. 버텨라 버텨라 해서 또 버티니까 이렇게 홈런 치는 날도 와서 그게 행복했다"라며 가슴속의 진심을 말했다.
좋은 타격 성적을 보이는데도 그보단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졌지만 그는 묵묵히 자신을 갈고 닦았다.
김태훈은 "젊은 선수들이 잘해서 내 기회가 줄어든다는 생각은 안했다"며 "내가 잘해야 올라가니까 남들이 잘하고 못하고는 항상 신경쓰지 않았다. 내가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려고 거기에만 계속 연습을 했다"라고 말했다.
1군에 올라온 이후 출전이 별로 없었던 상황이라 타격감을 유지하는게 쉽지는 않았을 터. 김태훈은 "타격감은 좋았다. 팀이 이겨야 되니까 주전들이 잘 활약하고 있으니 나는 대타를 준비하면서 연습할 때 좀 더 했다"라며 길고 긴 기다림의 시간을 말했다.
"동기인 (최)원태와 (김)재성이, (김)태근이가 항상 응원을 해줬다"며 동기 사랑을 전한 김태훈은 경기후 그라운드에 도열했을 때 사자 깃발을 흔든 것에 "(류)지혁이 형이 시켜서 열심히 했는데 조금 창피하긴 했는데 언제 이런 걸 해보겠나. 많이 하면 좋으니까 앞으로 많이 흔들도록 하겠다"라며 각오를 전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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