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당구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오래된 우스갯소리가 있다. 50점 치는 사람 둘이서 10년 동안 폐관수련을 하고 내려왔더니 여전히 50점이었다는 것이다. 효율적인 실력 상승을 꾀하려면 체계적인 습득 과정이 필수라는 이야기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때아닌 스프링캠프에 돌입했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이승엽 전 감독이 자진사퇴했다. 두산은 3일부터 '조성환 감독대행' 체제다. 조성환 대행은 1군 붙박이였던 양석환 강승호 조수행 등을 과감하게 2군으로 내렸다. 박준순 김준상 김동준 김민혁 이선우 등 신진급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다. 4일 잠실 KIA전은 2루 3루 유격수에 전부 신인을 배치했다.
결과는 4연패였다. 엄밀히 '파격 라인업'으로는 2연패다. 항간에서는 '져도 좋다'는 말이 나온다. 당초 목표였던 한국시리즈는 이미 물건너 간 마당이다. 승패에 연연하지 말고 유망주 경험치나 주자는 의견이 우세한 것처럼 보인다. 일면 타당한 시각이다. 유망주들이 1군에서 부담없이 기회를 보장 받으면 내년에는 잠재력이 터질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이 들기 때문이다.
정작 조성환 대행은 "젊은 선수들이 나간다고 해서 져도 된다 이런 건 프로로서 용납이 안 된다. 이길 찬스가 오면 당연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육성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타석수 이닝수만 채운다고 1군 선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염경엽 LG 감독은 이를 '성공 체험'이라고 표현한다. 주전 선수가 확실할 때, 남은 한 자리에 들어가 쉬운 과제부터 해결하며 발전한다. 주어진 임무가 간단하고 명확해야 실패를 해도 진단이 쉽다. 대뜸 선발 포지션 한 자리를 주고 실력 발휘를 하라는 것은 진도도 안 나갔는데 모의고사만 반복해서 푸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1군에서는 한 시즌에 주전급 한 명만 키워도 성공이라고 평가한다. 그래서 스쿼드가 안정된 팀에서 유망주가 계속 나온다. 두산이 '화수분'이라 불리던 때도 돌아보면 밥 먹듯이 한국시리즈에 가던 강팀 시절이었다.
올 시즌 두산은 그런 호사를 누릴 처지가 아니다. 정말 선수가 없다. 언제까지 양의지 김재환 정수빈만 바라볼 수 없다. 신인 1명 2명 써야할 자리에 4명 5명을 고육지책으로 넣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1명 2명에게 돌아갈 기회가 4명 5명에게 찾아왔다는 뜻이다. 팀이 잘 돌아가고 있었다면 선발은 커녕 1군 콜업도 요원했을지도 모를 선수들에게 정말 천금 같은 찬스가 주어졌다. 애초에 이들을 진작에 쓰지 못했던 이유도 '2군에서 좋다는 보고가 올라오지 않아서'였다.
거저 얻은 기회는 쉽게 사라진다. 5연패 6연패 7연패 8연패에 빠져도 '파격 라인업'이 유지될 수 있을까? 형평성 때문에라도 그렇게는 안 된다. 어쨌든 가끔은 이겨야 한다. 1루에서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고 못 잡을 타구에 몸을 날리는 것만이 '허슬'이 아니다. 팀을 승리로 이끄는 악착 같은 근성과 집요함, 상대방이 부담을 느낄 정도의 승부근성을 보여줘야 한다.
승패는 투수진 고과 및 사기와도 직결된다. 야수들이야 경험을 쌓는다고 해도, 지는 경기에 고생하는 투수들은 무엇으로 보상 받을지 의문이다. 승리와 세이브 기회가 줄어드는데 반가운 일은 아니다.
두산이 현재 기조를 언제까지 유지할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 시도가 '시간 낭비'가 되지 않으려면 누군가는 튀어 나와야 한다. 더욱 절박하고 간절한 심정으로 플레이하면서 자신이 정말 '1군 선수'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두산은 위급 상황이다. 두산의 유망주들은 더욱 어려운 환경이다. 다른 팀 어린 선수들과 비슷한 수준의 각오로는 부족하다. 같은 씨앗이라도 척박한 토양에서 싹을 틔우기가 훨씬 어렵다. 정말 남다른 생존 본능을 발휘해야만 자신도 팀도 살아난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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