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홍명보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 최근 경기력을 우선시하여 뽑은 K리그 선수들이 승리에 일조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A대표팀은 6일 이라크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와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9차전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후반 18분 터진 김진규의 결승골과 후반 37분 오현규의 추가골에 힘입어 승점 3점을 챙겼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3차예선 전적 5승4무, 승점 19가 되면서 요르단(승점 16)을 제치고 B조 1위에 올랐다. 또 3위 이라크(승점 12)와의 격차를 벌리면서 남은 쿠웨이트전 결과와 상관없이 북중미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1986 멕시코 대회부터 시작된 연속 본선 진출 기록은 11회로 늘어났다.
한국은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최전방에 오세훈(마치다)이 자리하고, 2선에 황희찬(울버햄튼) 이재성(마인츠)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섰다. 3선에는 박용우(알아인)와 황인범(페예노르트)가 호흡을 맞췄다. 포백은 이태석(포항) 권경원(코르파칸 클럽) 조유민(샤르자FC) 설영우(즈베즈다)가 출격했다. 골문은 조현우(울산)가 지켰다.
이라크는 4-3-3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최전방에 유세프 아민, 알리 알하마디, 알리 자심이 나섰고, 중원은 이브라힘 바예시, 아미르 알 아마리, 오사마 라시드가 구성했다. 포백은 레빈 술라카, 후세인 알리, 자이드 타신, 메르차스 도스키가 구축했다. 골키퍼 장갑은 자랄 하산이 꼈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6월 A매치 선발 명단의 기준으로 경기력과 최근 폼을 꼽았다. 최근까지 경기를 소화한 K리그 선수들이 대거 명단에 합류했고, 경기 소화가 적었던 유럽파 선수들이 제외됐다. 우려도 있었지만, 좋은 폼을 보여주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하는 홍 감독의 의지가 돋보인 선택이었다. 철저한 분석도 뒷받침됐다. 홍 감독은 "지금 이 시기는 유럽에서 리그가 끝나 휴식에 들어간 선수들이 많기에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과거 경험에 비추어 적절한 선발 명단을 꾸렸다.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날 경기 K리그 선수들의 활약은 홍 감독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더불어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K리그에서 선발할 선수들의 전력 점검까지도 성공하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가장 돋보였던 선수는 김진규였다. 이라크전에서 빠르게 기회를 받았다. 김진규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박용우를 대신해 투입됐다. 시작부터 존재감을 보였다. 전방 높은 지역까지 올라가 이강인, 설영우와 연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중앙에서 좌우로 전환하는 패스도 인상적이었다. 곧바로 수비 지역에 내려와 헌신적인 수비도 선보였다. 선제골까지 터트리며 좋은 경기력을 과시했다. 후반 18분 설영우와 이강인을 거친 패스를 박스 중앙에서 받아 그대로 슈팅을 시도했다. 하산 골키퍼까지 뚫어내며 이라크 골망을 흔들었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전진우도 자신감이 넘쳤다. 후반 29분 이재성과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밟은 전진우는 좌측에서 과감한 돌파를 시도하고, 박스 정면에서 중거리 슛을 시도하는 등 최근 기세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도움까지 기록했다. 후반 37분 황인범이 중앙에서 화려한 돌파 이후 전달한 패스를 받은 전진우는 날카로운 크로스를 시도했고 문전으로 쇄도하던 오현규가 이를 마무리해 득점을 터트렸다.
이태석과 문선민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태석은 지난해 11월 이후 꾸준히 대표팀에 승선했고, 어느새 주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력 비판도 있었으나, 지난 3월 A매치부터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이태석은 이날도 이라크를 상대로 수비와 공격 모두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교체 출전한 문선민도 적극적인 돌파와 수비 가담으로 승리에 기여했다. 선제골 장면 당시 적절한 크로스로 득점으로 이어질 수 좋은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철저한 분석을 통한 홍명보 감독의 선택이 이라크전 승리의 열쇠로 작용했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