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어느 덧 LG 트윈스를 넘어 KBO리그의 톱클래스로 올라선 송승기다.
송승기는 8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서 선발등판해 7이닝 동안 2안타 2볼넷 1사구 5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로 7대2의 승리를 이끌며 시즌 7승째(3패)를 거뒀다. 다승 공동 4위.
더 놀라운 것은 평균자책점이다. 벌써 3경기째 무실점 행진이다. 지난 5월 20일 롯데 자이언츠전 5회말을 시작으로 20⅔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 중. 5월 20일 3.20이었던 평균자책점이 점점 낮아지더니 키움전을 마치고는 2.30까지 내려왔다. 한화 이글스 코디 폰세(2.20), SSG 랜더스 드류 앤더슨(2.28)에 이어 전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투수 중에선 단연 1위다.
이런 대단한 투수가 지난해까지 1군에서 8경기에 등판해 9⅓이닝을 던지고 승리없이 1패에 평균자책점 4.82를 기록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심지어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9라운드 87순위에 뽑혔던 최하위권 투수였다.
송승기라는 2025년 최고 히트 상품은 원석을 본 스카우트, 가능성을 키워준 코칭스태프, 그리고 그를 과감히 1군에 기용한 감독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LG 차명석 단장은 드래프트 당시를 떠올리면서 "난 그땐 송승기가 누군지도 몰랐다"라고 했다. 차 단장은 "사실 단장들은 앞순위 정도만 신경을 쓰지 뒷 순위에 뽑을 선수에 대해선 잘 모른다"면서 "백성진 스카우트 팀장이 9라운드 때 송승기를 뽑겠다고 해서 내가 '어떤 선수입니까'라고 물었다. 왼손인데 투구폼이 예뻐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뽑읍시다'라고 했다"라고 당시의 일화를 전했다. 구속이 빠르지 않았지만 스카우트 팀장의 안목을 믿은 차 단장의 결심이 그 시작이었다.
입단 이후엔 경헌호 코치가 송승기의 가능성을 알아봤다고. 차 단장은 "경헌호 코치가 우리 팀에 있을 때 송승기를 참 좋아했다. 그래서 경 코치가 송승기를 일찍 군대 보내고 돌아온 뒤에 선발로 키우자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라고 설명.
입대전까지 직구 최고 구속이 144㎞ 정도에 불과했던 송승기는 상무에서 몸을 만들고 꾸준히 선발 등판하면서 구속이 늘어 148㎞까지 찍었다. 지난해 상무에서 11승4패, 평균자책점 2.41, 탈삼진 121개를 기록하며 퓨처스리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면서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차 단장은 경헌호 코치가 지난시즌을 마치고 SSG 랜더스로 이적하면서 송승기를 달라고 했다는 뒷얘기도 들려줬다. 차 단장은 "조병현 주면 송승기 줄게라고 했더니 전화가 없었다"며 웃었다. 그만큼 경 코치가 송승기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
LG는 상무에서 돌아온 송승기를 5선발 유력 후보로 점찍었다. 그러나 결국 결정은 염경엽 감독이 하는 것.
차 단장은 "염 감독님께 송승기의 데이터를 보여드리면서 5선발로 어떻겠냐고 했더니 보시고는 흔쾌히 좋다고 하셨다. 빨리 5선발로 송승기를 낙점하셨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다른 5선발 후보들과 경쟁을 시키지도 않고 송승기를 애리조나 캠프에서부터 5선발로 고정시켰다. 송승기는 캠프때부터 선발로서 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고, 김광삼 장진용 코치의 관리 속에 12경기째를 던지며 개천에서 탄생한 용이 됐다.
입단 5년차지만 올해까지 신인왕 자격이 남아있는 송승기는 투수 중에선 가장 빼어난 신인왕 후보다. 타자 중에선 안현민이 10개의 홈런을 치면서 송승기와 경쟁 중.
다음 등판이 큰 기대를 모은다. 로테이션상 송승기의 다음 등판은 1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인데 예상되는 상대 선발이 다름아닌 현재 다승(9승), 평균자책점, 탈삼진(119개) 1위인 폰세다. 보통의 5선발이라면 차이가 나는 경기지만 송승기라면 다르다. 평균자책점 1위와 국내 1위의 대결이다. 송승기는 "저희가 이기면 좋겠지만 내 역할을 충분히 충족했으면 좋겠다. 그냥 그날도 똑같이 결과에 맡기겠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고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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