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과거 이 시점에 팀을 맡은 적이 있다. 차이가 있다. 그때는 남은 1년 동안 선수 파악에만 시간을 보냈다." 쿠웨이트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최종전을 앞두고 홍명보 축구 A대표팀 감독이 들춰낸 과거의 아픔이다.
12년 전인 2013년 6월이었다. 최종예선까지 A대표팀을 지휘하겠다고 선언한 최강희 감독이 대한민국을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은 후 하차했다. 시간은 물론 뾰족한 대안이 없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동메달을 수확한 홍 감독이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홍 감독도 선택지가 없었다. 떠밀리 듯 긴급 호출됐다. 하지만 '새드 엔딩'이었다. 1무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홍 감독의 지도자 커리어에도 아픈 생채기가 났다.
홍 감독은 그 때의 실패를 잊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년 만에 A대표팀 사령탑으로 복귀했다. 3차예선이 출발점이었고, 전세계 6번째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로 첫 고개를 넘었다. 10일 쿠웨이트전을 끝으로 대한민국의 북중미행 도전은 모두 막을 내렸다. 이제 본선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 본선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된다.
판이 바뀌었다. 북중미월드컵부터 참가팀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난다.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16강이 아닌 32강이다. 한국 축구의 원정 최고 성적인 16강은 더 험난해졌다. 그러나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선 그 길을 또 도전해야 한다. 홍 감독의 출사표는 간결하다. '두 번의 실패는 없다'는 것이다. '16강 이상 성적'도 목표로 내걸었다. 그는 지난해 "원정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의 가장 좋은 성적은 16강이었는데, 16강보다 더 나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달부터 곧바로 여정이 시작된다. 일본, 중국, 홍콩이 참가하는 동아시안컵인 '2025 EAFF E-1 챔피언십'이 국내에서 열린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기간이 아니라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파를 차출할 수 없다. K리거와 J리거를 중심으로 팀을 꾸려 '옥석가리기'에 돌입한다.
9월 A매치 기간에는 미국으로 날아간다. 홍명보호는 9월 7일 오전 6시(이하 한국시각) 뉴저지의 레드불 아레나에서 미국과 평가전을 치른다. 이어 10일에는 멕시코와 리허설을 벌인다. 월드컵이 열리는 무대에서 먼저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10월과 11월 A매치 기간에는 각각 2연전씩 총 4경기를 안방에서 갖는다.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이 10월 아시아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일본에 이어 대한민국과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는 1, 2월 중 2주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별도의 훈련 보강 기간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홍 감독이 이 기간을 활용할지는 미지수다. 이 기간에는 K리거를 중심으로 '반쪽 훈련'을 할 수밖에 없다. 내년 3월 A매치 기간은 최종 엔트리 발표 전 완전체로 평가전을 가질 수 있는 마지막 시험대다.
사실 예비 태극전사 전원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홍 감독은 "다가오는 평가전 결과가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월드컵이 1년 후에 있다. 1년 후 상황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쿠웨이트전이 중요하고 큰 힘이 되는 경기다. 물론 9월, 10월, 11월, 내년 3월에 평가전 계획이 있는데, 어린 선수들이 생각한 것 보다 잘했다"며 "우리 팀에 베스트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베테랑이 주축이고, 앞으로 팀을 이끄는게 맞지만, 이를 서포팅하는 젊은 선수들이 나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고무적이다.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A대표팀 지원을 위해 2026년 월드컵지원단을 신설했다. 단장은 박항서 부회장이다.
홍 감독은 "1년 전에 시작할 때와 지금은 차이가 난다. 선수들의 특성, 특징을 알게됐다. 선수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해를 했다. 한국 축구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월드컵에 어떻게 할지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내년 어떤 선수가 경기력을 유지하느냐가 핵심적이다. 11년 전 결과적으로 이 부분을 놓쳤다. 모든 선수를 테스트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선택할 자원이 그 선수들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다양한 선수들, K리거, 유럽리거 관찰해서, 어떤 선수가 내년 폼을 유지할지는 선발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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