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호흡법이 있어요.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고."
미국 메이저리그 전설 아드리안 벨트레와 콜 해멀스가 11일 SSG 퓨처스필드를 찾았다. 두 레전드의 방문을 선수보다 반긴 사람이 있으니 바로 박정권 퓨처스 감독. 박 감독은 "나도 신기한데 선수들은 오죽하겠나. 이 전설들이 해주는 얘기가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시커멓게 탄 얼굴. 초보 감독이 강화도 한적한 산 속 야구장에서 선수들과 부대끼고 있다. SSG 전신 SK 와이번스 시절부터 해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하다 은퇴한 박 감독은 지도자 수업을 받다 지난해 돌연 해설위원이 됐다. 그렇게 집을 뛰쳐나갔으니, 안 불러줄 법도 한데 SSG는 잊지 않고 2군 감독으로 금의환향시켰다. 박 감독은 "집 나간 사람을 이렇게 다시 불러주시는 것만도 감사한 일 아닌가.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하겠다고 했다. 물론 지난 1년이 의미가 없었던 건 아니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고,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2군 감독으로서의 어려움이 없느냐고 묻자 "당장 최근 우리팀이 김성욱을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그러면 2군은 긴장감이 확 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1군에 가고 싶은 선수들이 죽어라 운동하는데, 같은 포지션 선수가 온다고 하면 박탈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코칭스태프는 그 선수들이 또 열심히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사실 우리가 선수를 할 때만해도 2군에 내려오면 늘어지는 선수도 있고, 분위기 다잡는 게 쉬운 건 아니었다. 그래도 요즘 친구들은 정말 열심히 한다. 우리도 1군이 힘겨운 순위 싸움을 하고 있으니, 어떻게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군도 매일 경기를 한다. 하지만 1군처럼 매 경기 전력으로 싸울 수도 없고 승리보다 선수 한 명, 한 명 위주의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 당장 1군에서 요구하는 포지션의 선수들을 집중 조련해야 한다. 또 포수만 4명이다. 이들을 다 돌아가며 뛰게 하려면,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들은 입이 나온다. 박 감독은 "가위바위보도 지면 열받는다. 시합 지면 화도 나고 짜증도 난다. 요즘 호흡법을 연마중이다.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두 세번 나눠 내쉬고. 그래야 화가 나도 선수들이게 티가 안 난다. 얼굴 표정으로 걸리면 안된다"고 말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박 감독은 이내 진지하게 "그래도 우리의 방향성이 있다. 1군에서 선수가 필요하다면 바로 올려보내야 한다. 경기 전략, 전술보다 선수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래서 강팀 상무전에 신인 투수 3명을 다 내보냈다. 엄청나게 얻어맞더라. 그래도 끝나고 나서 '제가 이래서 어렵게 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경기를 통해 이걸 깨달았습니다' 선수들이 얘기해주면, 크게 지더라도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또 "2군 감독 역할을 해보니, 어떤 선수가 1군 선수가 될 수 있을지 보인다. 어떤 선수는 주자가 있으면 주눅이 드는 반면, 어떤 선수는 초구에 자기 스윙을 한다. 만루 위기에서 어떤 선수는 안전하게만 하려고 하고, 어떤 선수는 더블아웃을 잡기 위해 과감히 대시한다. 기질 차이다. 승부사적 기질을 가진 친구들이 결국 코칭스태프의 눈에 띈다"고 강조했다.
강화=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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