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주축 선수들의 거듭된 부상 이탈에도 기어코 톱3의 자리를 지켜냈다. KT 위즈와 SSG 랜더스,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려는 경쟁자들을 쳐내며 '수문장'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6월 들어 2번이나 4위로 내려앉는 위기를 겪었다. 든든하게 제 역할을 해주던 선발 박세웅-데이비슨이 크게 흔들리고, 결국 박세웅은 1군에서 말소됐다. 또 나승엽 윤동희 황성빈 유강남 등 타선의 주축들이 줄줄이 부상 또는 부진으로 이탈했다. 급기야 지난 KT 위즈와의 주중 시리즈에선 황성빈의 빈 자리를 잘 메우던 리드오프 장두선이 KT 마무리 박영현의 견제구에 옆구리를 강타, 폐 출혈을 겪는 악재까지 뒤따랐다.
그래도 14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추신수의 은퇴식을 맞이해 김광현이 출격한 SSG를 4대2로 격파, 3연승을 내달렸다. 37승3무29패로 단독 3위다. 2위 한화 이글스와는 0.5경기차, 4위 삼성 라이온즈와는 1.5경기 차이다.
4년차 외인 반즈에 대한 미련 대신 "최대한 빠르게, 현 시점에서 가장 좋은 선수를 데려와달라"는 요청을 통해 감보아를 수혈했다. 감보아는 데뷔전에서 '폴더인사' 루틴으로 3중 도루를 허용하는 굴욕을 겪었지만, 이후 호투를 거듭하고 있다. 현재 4경기 등판, 24⅓이닝으로 평균 6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3승1패, 평균자책점 2.59의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다.
개막 전부터 투타 가리지 않고 공백이 적지 않았지만, 김태형 감독은 "그 선수에게 매달리는 것보단 다른 선수를 찾는게 동기부여도 되고 더 낫다"는 일관된 속내로 밀어붙인 결과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정철원은 여전히 부동의 필승조 역할을 해주고 있고, 정현수나 송재영처럼 자주 등판하는 선수들에겐 이닝 부담을 최소화시켰다. 뒤늦게 부상에서 돌아온 최준용이 불펜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어느덧 이민석이 5선발로 확고하게 자리잡았고, 나균안은 선발로 다소 부진하자 필승조 불펜으로 활용해 주중 2승을 건져냈다. 두루두루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고, 그 결과 지난해 박진, 올해 김강현이 불펜의 한 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타선 역시 유강남의 빈 자리를 정보근 손성빈이 잘 메우고, 내야는 '신데렐라' 전민재를 비롯해 정훈 한태양 김민성 이호준 등 '잇몸'들을 총동원해 나름의 결과를 내고 있다. 외야 역시 베테랑 전준우와 외국인 타자 레이예스가 자신의 역할을 120% 해내는 가운데, 이인한 김동현 한승현 등 비교적 무명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한편으론 장두성 김동혁 등의 성장세를 기쁘게 지켜보는 모양새다.
그러다보니 팀 분위기가 남다르고, 뒷심이 눈부시다. 초반에 선발투수가 무너진 경기를 상대 엘리트 필승조를 상대로 뒤집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김태형 감독은 "포기하지 않는 야구? 좋다. 그것도 실력이 있어야되는 거다. 못 치면 그냥 끝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오늘 졌다, 주전들 빼줘야하나? 싶은데 선수들이 붙어서 따라가더니 뒤집는 경기가 꽤 있다. 올해 보면 전체적으로 타율도 좋고, 또 나름대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 힘든 경기를 많이 하니까 선수들의 피로도는 높지만, 그 결과 3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 13일 윤성빈-구승민의 1군 등록도 같은 의미다. '사이버투수', '실패한 1차지명' 등의 조롱이 뒤따르던 윤성빈에게 2년 연속 선발 기회를 줬고, '불펜 불가'라던 판정을 뒤집고 2군에서 불펜 경험을 부여하며 "좋은 공을 가진 투수를 그냥 둘순 없다. 못던져도 점수 차 많이 나는 경기라도 던지게 해야한다"라며 다시 콜업한 것. 구승민 역시 "아직 예전 공은 안나오지만, 기존 투수들은 지쳤고, 던져줘야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황성빈-장두성이 줄이탈한 중견수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김동혁을 쓴다. 그만한 수비범위를 가진 선수는 현재로선 김동혁 뿐"이라면서도 "한승현도 신인이지만 수비가 괜찮다. 정 안되면 레이예스가 갈수도 있는 것"이라며 편견없는 자세로 고민에 임하고 있음을 밝혔다. '명장'의 존재감이란 이런 것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