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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번 157→156→157㎞! 25일만에 돌아온 1m97 윤성빈의 새출발 → 끝이 아닌 '시작' 꿈꾼다 [인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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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25일전 그 완벽했던 3구는 아니었다. 하지만 불펜 적응을 배려한 사령탑의 첫번째 테스트는 성공이었다.

1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잘 던지던 롯데 선발 이민석이 6회말 SSG 에레디아에게 솔로포를 허용한 뒤 고명준에게 2루타까지 내주며 흔들렸다. 롯데는 정현수-김강현을 잇따라 투입해 불을 껐다.

그렇게 7회 2사 상황, 갑자기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랐다.

그대로 김강현이 7회까지 마무리해도 될 상황이었다. 1이닝을 책임졌다곤 하나 김강현의 투구수는 9개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필승조도 아니었다. 남은 아웃카운트 하나, 김태형 롯데 감독의 선택은 윤성빈이었다.

지난 5월 20일 LG전 선발등판 이후 25일만에 돌아온 1군 마운드였다. 당시 첫 타자 박해민을 상대로 156~157㎞ 직구를 연발하며 3구 삼진을 잡아냈지만, 이후 난조가 도지며 무너졌던 윤성빈이다. 1이닝 4안타 6볼넷 9실점, 윤성빈의 많지 않은 1군 커리어에서도 최악의 투구였다.

하지만 윤성빈에 대한 김태형 감독의 생각은 이전의 롯데 사령탑들과는 달랐다. 워낙 좋은 공을 갖고 있다면 어떻게든 1이닝이라도 던질 수 있게 써먹어야한다는 것. 김태형 감독은 "오히려 길게 던지는 부담을 주기보단 짧게짧게 승부하는게 나을 수 있다. 이렇게 좋은 공을 갖고 있는데 그냥 둘수 없다. 못 던져도 1군에서 던져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날' 이후 윤성빈은 2군에서 6경기 연속 불펜으로 등판, 13이닝 5실점을 기록하며 불펜투수로서의 역할을 몸에 익혔다. 특히 22개의 삼진은 아무리 2군이라지만, 독보적인 구위를 짐작케 했다.

그리고 13일 1군에 올라왔고, 15일이 복귀 첫 등판이었다. 0-1로 뒤지고 있는 7회말, 비록 주자는 없었지만 마냥 마음 편한 상황은 아니었다. 심지어 상대 타자는 SSG가 자랑하는 국대 외야수 최지훈.

이번에도 구속은 눈부셨다. 박해민 때와 순서도 동일하게 157-156-157㎞를 잇따라 꽂았다. 결과는 조금 달랐다. 삼진 아닌 뜬공으로 아웃을 잡아냈다.

앞선 2구는 모두 볼이었지만, 그래도 스트라이크존 근처로 타겟팅됐다. 3구째를 노린 최지훈의 방망이는 날카롭게 돌아갔지만, 우익수 뜬공으로 마무리됐다. 마운드를 내려가는 윤성빈을 향해 팬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윤성빈은 2017년 1차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했다. 이후 2년차였던 2018년 18경기(선발 10)에 등판, 50⅔이닝을 소화하며 2승5패 평균자책점 6.39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이후 긴 침묵이 이어졌다. 1년에 1경기 올라왔다가 마운드 공포증이 의심될 만큼 격렬한 난조를 보여준 뒤 내려가는 일이 반복됐다. 때문에 윤성빈은 오랫동안 미디어와의 접촉을 피했다. 언제나 '은퇴'라는 두 글자가 그를 맴도는 듯 했다.

2023년말 김태형 감독의 취임식 현장에서 만난 윤성빈은 "내년이면 프로 8년차다. 솔직히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마운드 위에 서는게 불편하다. 이러다 야구를 진짜 그만둘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내년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후회가 없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 뒤로 1년반이 지났다. 김태형 감독을 위시한 코치진의 정성스런 보살핌 속에 윤성빈은 2군의 만년 유망주가 아닌 1군 선수로 거듭나는 문턱에 서 있다.

이날의 아웃카운트 하나는 훗날 롯데 뒷문을 책임질 '필승조' 윤성빈의 새로운 시작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윤성빈은 이대로 잊혀지는 대신 자신을 괴롭히는 현실에 맞서 이겨내는 쪽을 택했다. 더이상 '마지막'이 아닌 '출발'을 이야기하는 그가 될 수 있을까.

인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