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보호자 절반 복막투석 몰라…"재택진료 보상 강화 등 정책지원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환자 중심의 재택 치료가 주목받고 있지만 말기콩팥병 환자가 병원 대신 집에서 받을 수 있는 '복막투석'은 외면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의기협)는 4월 28일부터 5월 18일까지 20세 이상 성인 1천184명(일반인 768명, 환자 및 보호자 416명)을 대상으로 말기콩팥병과 투석 치료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는 이날 의기협과 대한신장학회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공동 개최한 '급증하는 말기콩팥병, 지속 가능한 치료의 길-재택 복막투석 활성화 정책 방안'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만성콩팥병은 콩팥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손상된 경우로, 병세가 진행되면 암보다도 더 큰 진료비를 부담하는 말기콩팥병에 이르게 된다.
말기콩팥병 환자의 생명 유지를 위해서는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하다. 투석은 집에서 할 수 있는 복막투석과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혈액투석으로 나뉜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2010년 5만8천여명 수준이던 말기콩팥병 환자 수는 2023년 약 13만7천명으로 13년 만에 2.3배 증가했다.
하지만 혈액투석 대비 의료비용이 적은 복막투석의 비율은 10년간 지속 감소하면서 5∼10년 후에는 거의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학회의 분석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이런 학회의 우려가 그대로 투영됐다.
분석 결과를 보면 일반인 그룹의 86.2%는 투석 자체에 대해 잘 모른다(들어본 적 있으나 잘 알지는 못한다 84.9%, 들어본 적 없다 1.3%)고 답했으며,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13.8%에 그쳤다.
환자 및 보호자 그룹에서는 '들어본 적 있고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이 60.1%로 일반인 그룹보다 높았지만, '들어본 적 있으나 잘 알지는 못한다'(38.2%)거나 '들어본 적 없다'(1.7%)는 응답도 39.9%에 달했다. 말기콩팥병 환자와 보호자 10명 중 4명은 투석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투석이 주로 이뤄지는 장소를 아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병원(일반인 38.3%, 환자 및 보호자 48.6%), 병원 또는 집(일반인 26.8%, 환자 및 보호자 48.8%)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일반인의 34.9%, 환자 및 보호자의 2.6%였다. 일반인은 물론 환자 및 보호자조차 집에서 이뤄지는 복막투석을 잘 모르고 있는 셈이다.
특히 복막투석에 대한 인식 수준은 현저히 떨어졌다.
일반인 중 60.9%는 '혈액투석만 들어봤다'고 답했으며, 12.6%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모두 처음 들어봤다'고 답했다. 환자 및 보호자 중에서도 '혈액투석만 들어봤다'(46.6%)거나 '혈액투석·복막투석 모두 처음 들어봤다'(6.3%)는 응답이 52.9%에 달했다.
다만 두 가지 투석 방법에 대한 정보가 균형 있게 제공되면 투석 방법에 대한 선택이 변화할 가능성을 보였다.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방법, 장단점 등에 관해 설명한 뒤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 묻자 일반인의 경우 복막투석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69.8%로 혈액투석(30.2%)보다 높았다.
또 혈액투석 중인 환자의 47.3%도 복막투석으로 변경을 고려해 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의기협은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면 환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투석 방법을 선택할 수 있지만 현재 복막투석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치료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정표 대한신장학회 총무이사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복막투석은 환자 삶의 질 향상과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환자 중심의 재택 치료 방식"이라며 "복막투석 재택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재택진료 보상체계 강화와 필수의료 네트워크·인프라 지원, 전문 인력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원민 대한신장학회 홍보이사는 "복막투석 재택 관리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만성질환 관리 모델인 만큼 재택 복막투석 활성화를 위한 정부 당국의 실질적인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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