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믿는 타자가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을 때, 사령탑들은 '편하게 치고 오라'며 2군에 보낸다.
1군에 머물면 당장 눈앞의 실전도 신경쓰이고, 마음이 너무 조급하다. 때문에 2군에서 한창 좋을 때의 자신을 돌아보고, 상대적으로 편한 투수들의 공을 치며 스스로를 가다듬으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한동안 1군의 벽에 부딪힌 듯 했던 거포들의 '강제 2군행'은 어떤 효과를 낳을까. 국군체육부대(상무)에 복무중인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 LG 트윈스 이재원이 그 주인공이다.
99년생 동갑내기인 두 선수 모두 이미 다년간에 걸쳐 '2군 검증'은 끝났다. 이제 유망주라기엔 나이도, 1군 경력도 충분히 쌓였다. 잠재력은 이미 증명하고도 남는다.
그리고 올해 퓨처스 무대를 초토화시키며 복귀를 기다리는 친정팀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동희의 올해 퓨처스리그 타율은 무려 4할4푼(225타수 99안타)이다. 홈런 21개, 70타점을 기록중이다. 장타율 7할8푼7리, 출루율 5할1푼5리로 OPS(출루율+장타율)는 1.302에 달한다. 삼진 20개, 볼넷 35개의 선구안도 돋보인다.
기간별로도 이렇다할 기복 없는 불방망이가 돋보인다. 개막 직후 3월 8경기에서만 3홈런을 쏘아올리며 예열에 들어갔다. 이어 4월에는 타율 4할3푼7리 6홈런, 5월에는 4할2푼9리 7홈런을 잇따라 기록했다.
6월에는 한층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타율 5할2푼7리(55타수 29안타) 5홈런 15타점을 기록중이다. 누구도 한동희의 방망이를 막지 못하고 있다.
21~23세 시즌인 2020~2022년 3년간 주전 3루수로 활약하며 평균 48홈런, OPS 0.807을 기록했던 한동희다. 하지만 1군에 자리잡았다 여겼던 2023년부터 추락이 시작됐다. 결국 당장 급한 군복무부터 해결하자는 마음으로 상무로 향했다.
현재까지는 소속팀의 기대대로 퓨처스 무대를 평정하며 자신감을 되찾고도 남았을 상황. 한동희는 오는 12월 9일 전역한다. 김태형 감독의 3년 계약 마지막 시즌을 함께 하게 된다.
한동희와 함께 입대한 이재원도 한마음으로 2군 무대를 폭격중이다. 타율 3할7푼1리(132타수 49안타)의 타격감도 놀랍지만, 한동희 타석수의 59% 정도를 뛰면서 홈런을 17개나 쏘아올렸다. 54타점, 1.273의 OPS도 괴물스럽긴 마찬가지.
특히 지난 7일 삼성 라이온즈 2군과의 경기에선 한경기 3홈런을 쏘아올리며 '잠실 거포'의 존재감이 여전함을 과시했다.
한동희-이재원 쌍포를 앞세운 상무는 올시즌 퓨처스리그 5월 30일 문경 SSG 랜더스전을 시작으로 6월 18일 문경 SSG전까지, 14연승을 질주했다. 2021년 LG, 2022년 한화에 이은 역대 3번째 기록이다.
14경기 162득점(평균 11.57점)의 활화산 같은 타격이 돋보인다. 연승 기간 동안 한동희와 이재원 등 거포들을 앞세워 무려 37개의 아치를 그렸다. 올시즌 93홈런으로 팀 홈런 부문 남부, 북부를 통틀어 압도적인 1위다.
상무는 24일 문경 KIA 전을 통해 역대 퓨처스리그 최다 연승 신기록이 될 15연승에 도전한다. 이를 지켜보는 롯데와 LG 팬, 관계자들의 마음 또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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