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축구경기 중 시간 낭비를 줄이자는 캠페인이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는 가운데, K리그에선 '실제경기시간(Actual Playing Time)'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APT'는 반칙, 프리킥, 코너킥, 스로인, 선수 교체 등에 낭비되는 시간을 제외하고 실제로 플레이가 벌어지는 시간을 일컫는 개념이다.
2021년 K리그1에서 경기당 평균 54분31초에 달했던 APT는 2022년 55분45초, 2023년 56분42초로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해 2024년 60분대(60분48초)에 진입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추가시간의 추가시간'의 영향을 받았다. 2021년 평균 전후반 추가시간은 총 6.24분, 2024년 평균 추가시간은 11분이었다. 하지만 '하나은행 K리그1 2025' 20라운드를 치른 현시점 평균 APT가 56분17초로 전년대비 4분31초나 줄었다. 구단별로 살펴도 전년 대비 APT가 증가한 팀은 대전 울산 대구 세 팀 뿐이다. APT가 감소했다는 건 그만큼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의 볼거리가 줄어든다는 의미도 된다. 팬들이 가장 열광하는 순간은 응원하는 팀이 골망을 흔드는 순간일 텐데, 현재 K리그1 경기당 평균 득점은 2.28골로, 2.61골을 기록한 2024년과 비교해 0.33골이나 줄었다. 최근 5시즌을 통틀어 평균 득점수가 가장 적다.
평균 추가시간은 2024년 11분에서 올해 10.44분으로 16초밖에 줄지 않았다. 여전히 '추가시간의 추가시간'이 적용되어 '극장 경기'가 펼쳐질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그럼 APT 감소 현상의 원인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5월 24일 서울과 수원FC의 15라운드 경기는 왜 APT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날 경기의 APT는 평균치보다 10분가량 낮은 46분52초였다. 올 시즌 최소 APT 2위다. 심판진은 가벼운 몸싸움에도 유독 휘슬을 자주 불었다. 도합 30개의 반칙은 경기 흐름을 뚝뚝 끊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고, 경기는 1대1로 끝났다. 이례적으로 양팀 팬이 동시에 심판의 판정을 비판하는 야유를 보냈다. 같은 라운드에 펼쳐진 울산-김천전은 APT가 평균을 웃도는 59분51초에 달했다. 반칙수는 서울-수원FC전의 절반인 15개였다. 양팀은 총 5골을 주고받는 난타전(울산 3대2 승)을 펼치며 팬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했다. 실제경기시간 향상 캠페인을 꾸준히 펼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심판들에게 경기 재개를 지연시키는 명백하고 고의적인 행위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예컨대 스로인 위치를 어길 시 가차없이 경고를 부여하는 식이다. 2025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서 시범 도입한 골키퍼 8초룰도 이 캠페인과 궤를 같이한다. 골키퍼가 8초 이상 볼을 소유한 경우 상대팀에 코너킥을 부여하는 규정이다. IFAB에 따르면, 400번이 넘는 시범경기에서 코너킥이 주어진 사례는 단 4번뿐이었고, 골키퍼들은 평균 5초 이내에 공을 처리했다. 철저한 가이드라인만으로 경기 지연 행위를 막는다는 걸 시사한다.
APT 감소는 각 팀이 자초한 일이라는 분석도 있다. 부정확한 크로스와 패스, 슈팅, 안일한 볼 컨트롤, 부상을 가장한 고의적인 시간 지연 등이 쌓이고 쌓여 4분31초의 공백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다른 어느 리그와 비교해도 경기 중 치료를 받는 상황이 많고, 세트피스를 처리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지적은 국내 축구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된다. 팬들 입장에선 그라운드에서 공이 더 빠르고, 더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건 당연하다. K리그를 이끄는 모든 구성원이 APT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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