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어제 경기 끝나고 감독님이 날 부르셨다.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롯데 자이언츠 나승엽이 지옥 같은 터널에서 벗어나 하늘로 날아올랐다.
나승엽은 26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4-5로 뒤진 5회초 대타로 출격,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3점포를 쏘아올렸다.
이날 승패를 결정지은 한방이었다. 7-5 역전에 성공한 롯데는 9회말 마무리 김원중이 2아웃 이후 급격하게 흔들리며 몸에맞는볼-볼넷-볼넷-밀어내기 볼넷으로 1실점했지만, NC 데이비슨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경기 후 만난 나승엽의 표정은 후련하기보단 아연했다. 마지막까지 조여든 긴장감에서 미처 벗어나지 못한 듯 했다. 전날 결정적 실책을 범했고, 대타 역전포를 치고 1루 수비에 들어간 이날도 7회말 수비 도중 실수가 나오자 곧바로 박승욱과 교체됐다.
그 상황에서 경기가 벼랑 끝까지 갔다왔으니, 나승엽 입장에선 말 그대로 천국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인터뷰에 임하는 나승엽을 향해 갑자기 NC 손아섭이 나타났다. 롯데 시절부터 멘토 역할을 해준 선배다. 손아섭은 "승엽아! 지금을 즐겨라, 지금 이 시간을 즐기란 말이야!"라며 큰 소리로 외친 뒤 사라졌다.
전날 패배를 확정케한 결정적 실책을 범했던 나승엽이다. 그는 "어제 경기 끝나고 감독님의 한마디가 나를 확 바꿔놓았다"고 돌아봤다.
"요즘 공격이나 수비나 자신감이 크게 떨어져있었다. 감독님께서 부르시더니 '책임감을 갖고 뛰어라'라는 말을 해주셨다. 그 말씀대로다. 내가 이렇게 매일 시합을 뛰고 있는데, 팀에게도 안 좋고 미안한 일 아닌가."
나승엽은 "오늘 경기전에 임훈 코치님, 이성곤 코치님과 특타를 했다. '펑고 배트를 들고 연습을 해보자'고 하셔서 그렇게 했더니, 타격 밸런스가 달라졌다. 상체가 너무 빨리 나오는게 문제였는데, 전보다 가볍게 통통 나오는 느낌이었다. 감독님, 코치님들꼐 정말 감사드린다"고 돌아봤다.
홈런 상황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자 "홈런은 1도 생각 안했다. 그냥 세게 치려고 했다. 타이밍대로 스윙했는데 딱 맞았다"고 쏟아냈다. 이윽고 고개를 갸웃하더니 또다른 사실을 떠올렸다.
"사실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으니까, 또 볼카운트가 3B2S까지 됐으니까, '볼넷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 지켜볼까 싶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날 대타로 내신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켜보다가 걸친 스트라이크라도 나오면 그게 나한테도, 팀에게도 안 좋으니까. 비슷하면 치자는 생각으로 바꿨다. 그게 성공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나승엽은 절친 고승민의 품에 안겨 울컥했다. 나승엽은 "(고)승민이 형하고는 항상 붙어있으니까, 서로 힘들 때 의지하는 소중한 형"이라고 강조했다.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덜어낸 것 같다. 아직은 아니다. 이 홈런 바로 잊고 안타를 노리겠다."
김태형 감독은 홈런을 치고 돌아온 나승엽을 밝은 미소로 마주했다. 그는 경기 후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경기에 임했다. 그 마음이 5회 나승엽의 대타 결승 홈런으로 이어졌다. 연일 계속되는 타이트한 경기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각자의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나승엽은 "앞으로 감독님께서 더 환하게 웃으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창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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