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이러다 붙박이 하위타순으로 고정되는 건가'
떨어지는 타율만큼 타순도 떨어지고 있다. 2개월 전까지만 해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새로운 활력소'로 여겨졌던 이정후(27)의 몰락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2할5푼' 지지선마저 깨졌다. 그러자 타순도 한 계단 더 내려갔다. 이정후가 올 시즌 두 번째로 7번 타순에 나간다.
이정후는 29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개런티드 레이트필드에서 열리는 2025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원정경기에 7번 중견수로 선발 예고됐다. 이정후가 7번 타자로 선발 출전하는 건 지난 20일 열린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홈경기 이후 시즌 두 번째다.
샌프란시스코는 크리스티안 코스(3루)-라파엘 데버스(DH)-엘리엇 라모스(좌익수)-도미닉 스미스(1루수)-윌리 아다메스(유격수)-마이크 야스트렘스키(우익수)-이정후(중견수)-앤드류 키즈너(포수)-브렛 위즐리(2루수) 순으로 타선을 구성했다.
이정후는 전날 화이트삭스전 때는 6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틀 전인 27일 마이애미와의 홈경기 때는 5번이었다. 매일 타순이 하나씩 내려갔다. 어떻게든 이정후의 떨어진 타격감을 되살려 보겠다는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의 의중이 담긴 타순 조정이다.
멜빈 감독은 올해 이정후를 대상으로 엄청나게 많은 타순 변화를 시행하고 있다. 개막전부터 한동안은 3번 타자로 내보냈다. 이때는 이정후가 한창 매서운 타격감을 보여줄 때였다. 그러자 4번 타자로도 투입했다가 5번, 1번, 2번으로 연이어 이동시켰다.
그러다 이정후가 5월 초순부터 타격슬럼프에 빠지자 5~7번 하위 타순으로 투입하며 부담감을 덜어주려 했다. 이정후의 부활이 곧 전체 타선 및 팀 득점력의 회복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현재까지는 '헛수고'에 그치고 있다. 이정후는 타순과 상관없이 못 치고 있다. 28일 시카고 전 때도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결국 2할5푼 타율이 무너졌다.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248(98타수 74안타)로 떨어졌고, OPS도 0.724로 하락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정후의 슬럼프가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디애슬레틱은 지난 26일 '이정후의 부진은 타율 의존형 타자의 저주라고 보면 된다. 이정후는 홈런이나 볼넷을 많이 생산하는 타자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지켜봤다. 때때로 안타가 나오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그의 기대 타율은 여전히 좋고, 슬럼프인 와중에도 수비와 주루는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할 만큼 괜찮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런 분석이 무색하게 계속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타격감이 한창 좋았던 4월에 비해 타석에서 성급하게 나쁜 공에 손이 나가는 가 하면, 타구의 질이나 방향도 나빠졌다는 게 기록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상대팀이 이정후의 약점을 훤히 꿰뚫고 있다는 증거까지 등장했다. 28일 화이트삭스전 때 급기야 '이정후 시프트'가 등장했다.
이정후는 1-1이던 4회초 선두타자로 나왔다. 볼카운트 1B1S에서 상대 선발 애런 시베일이 던진 높은 커터(88마일)를 빗맞혔다. 체크 스윙이 공에 맞아버린 상황. 타구는 워낙 느렸다. 61마일에 불과했다. 이정후의 빠른 발을 감안하면 행운의 빗맞은 내야안타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상대 3루수 조시 로하스는 마치 이런 상황을 예견한 듯 2-3루 앞쪽 내야 잔디까지 전진 수비를 펼치고 있었다. 결국 이정후는 허무하게 1루에서 아웃됐다. 상대가 이미 이정후의 타격 컨디션이나 타구 방향에 관해 충분히 대비하고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 이렇게 현미경 분석이 나오면 슬럼프 탈출은 더 쉽지 않다.
이정후는 최근 7경기에서 타율 0.091(22타수 2안타)에 그치고 있다. 이런 부진이 계속된다면 2할 유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 과연 '7번 타순'이 이정후 슬럼프 탈출의 열쇠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