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앞에 (채)은성 선배님이 출루하면 사인이 없어도 번트를 댈 생각이었다."
2023년 홈런왕, 올해도 토종 홈런 1위. 자타공인 리그 최고의 거포가 그답지 않은 고민을 토로했다.
노시환은 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 1-1로 맞선 9회초, 좌측 담장을 넘기는 결승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폰세의 7이닝 1실점 호투와 노시환의 결승포에 힘입은 한화는 이날 2대1로 승리, 거침없이 선두를 질주했다.
하지만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노시환은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9회초 선두타자 채은성이 출루했으면 자신은 벤치의 사인이 없어도 번트를 댈 생각이었다는 것.
먼저 에이스 폰세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너무 잘 던져줬으니까, 어떻게든 이 경기를 잡고자 했다. 8회말 수비 끝난 뒤에도 선배님들이 미팅을 열고 '오늘은 연장가지 말고 꼭 잡고 가자'고 하셨다. 이런 경기를 잡아야 분위기가 넘어오기 마련"이라며 "내가 홈런을 쳐서 끝내니 기분이 특히 좋다"고 강조했다.
"타격감도 너무 안 좋고, 어떻게든 1점이 필요하니까, 기습적으로 번트를 대려고 했다. 그런데 선배님이 아웃되셔서, 과감하게 한번 해보자 했는데 홈런이 됐다."
이날 홈런은 노시환의 시즌 16호. 노시환은 삼성 디아즈(27개) LG 오스틴(20개) KIA 위즈덤(17개)에 이어 홈런 4위, 토종 타자중엔 박동원(15개)에 앞선 1위가 됐다.
경기전 김경문 감독은 "편하게 치라고 6번으로 내렸다"고 했다. 노시환은 "사실 4번타자라는 자리에 부담감을 느끼는 스타일은 아닌데, 너무 안 좋다보니까, 타율을 2할2푼을 치고 있으니까, 좀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오늘은 한결 편하게 쳤다"고 돌아봤다.
"사실 올해 목표는 홈런왕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디아즈 때문에 포기했다. 홈런 생각보단 타율을 뭐 3할 치겠다가 아니라 좀 치긴 해야되지 않겠나. 감독님이 시즌 전에 타율은 2할 5푼 쳐도 되니까 홈런을 30개 쳐라, 하셔서 알겠습니다 했는데, 타율이 너무 저조하니까…진짜 별거 다 해봤다. 다른 사람 배트로 쳐보고, 나 혼자 느낌이나 타이밍도 바꿔보고, 안해본게 없다. 그런데 안될 때는 뭘 해도 안되는 거 같다. 결국 연습만이 답이다."
그는 "전반기 성적은 너무 마음에 안 든다.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후반기에는 나 덕분에 이기는 경기가 많을 수 있도록 한번 해보겠다"고 스스로를 연신 다잡았다.
이날 폰세와 키움 알칸타라의 일기토는 눈부셨다. 키움이 1회 1점, 한화가 3회 1점을 따낸 뒤론 0의 행진이 이어졌다.
노시환은 "연장 가면 투수들 힘들지 않나. 점수가 날듯말듯 안나더라. 빨리 끝내고 싶고, 꼭 잡으려고 노력하는 경기"라고 강조했다.
한화는 지금 1위 질주중이다. 노시환은 물론 코치진과 선수들 대부분에게 생경한 경험이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달랐다. 노시환은 "감독님이 우린 가을야구가 목표가 아니다. 1위가 돼야한다, 2,3위에 안주하면 안된다. 항상 LG를 바라봐야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덕분에 1위가 됐고 또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로 돌아봤다.
"사실 나도 1위를 계속 하는게 처음 아닌가. 어떻게 지킬까 보다는 한경기 한경기를 중요하게 생각할 뿐이다. 일단 오늘 경기를 잡자, 무너진 경기는 감독님이 알아서 하시니까, 또 감독님의 선택이 남다르다. 4회, 5회에 대주자를 쓰실 때도 있다. 그게 또 적중한다. 선수로선 '이 경기는 잡자' 싶은 경기는 잡으려고 한다. 그게 선두를 달리는 비결인 것 같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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