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동아병부(東亞病夫)의 민낯이 제대로 드러났다.
2025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하 동아시안컵) 첫 경기에서 홍명호보에 3골차로 완패한 중국 축구계가 멘탈붕괴에 빠진 모습이다. 8일 한국전을 마치기 무섭게 텐센트, 소후, 넷이즈, 시나닷컴 등 중국 포털사이트에는 한국전에 나선 중국 대표팀에 대한 비난이 들끓고 있다.
결과 뿐만이 아니라 내용을 봐도 이해가 갈 만했다. 중국은 전후반 초반 잠시 공격을 시도하는 듯 했지만, 곧 한국 선수들의 압박에 주도권을 내주면서 끌려가는 양상이 계속됐다. 전반 8분 이동경의 횐상적인 왼발 중거리포에 실점한 뒤에는 발이 얼어 붙었다. 전반 21분 이태석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주천제가 헤더로 걷어내려 했으나 타이밍을 잡지 못해 실패했고, 주민규가 무인지경의 문전 정면에서 헤더로 편안하게 득점을 만들었다. 후반 11분엔 골키퍼 얀쥔링이 박승욱의 헤더를 걷어냈으나 수비수가 우물쭈물하면서 김주성에게 실점했다. 데얀 주르예비치 중국 대표팀 감독 대행은 그동안 현지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왕위동 콰이지원 등 신예들을 비롯해 장위닝 장성룽 웨이시하오 등 2026 북중미월드컵 3차예선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던 선수들을 투입했지만, 홍명보호와 현격한 격차를 드러냈다.
중국 매체 슈팅차이나의 첸쿤은 소후에 '중국 대표팀은 자신만의 세계에 갖혀 살았다'는 분석을 기고했다. 그는 '중국이 국내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 2진에 0대3으로 패했다. 대표팀이 새 사령탑 체제에서 패한 것은 2005년 주광후 감독 시절 유럽 전지훈련에서 스페인에 0대3으로 패한 뒤 20년 만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반전 내내 중국은 부진했다. 백패스가 빈번했고 공격 움직임도 부족했다. 한국의 돌파에 중국은 전진패스를 포기했다. 패스를 두려워했고, 돌파는 엄두도 못 냈다'며 '중국 선수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자기 생각 속에 빠져 보냈다. 가장 두드러진 건 공에 대한 두려움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후반전 선수 교체 후 7분 만에 슈팅이 나왔지만, 그게 끝이었고 곧 세 번째 실점을 했다'며 '흥미롭게도 헤더 클리어링 실수로 두 번째 골의 빌미를 제공했던 주천제가 이후 한국의 공격을 킥과 몸싸움으로 막아내며 더 이상 점수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전 결과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주르예비치 감독은 선수들의 생각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전진 패스가 3회 이상 이어지고 새로운 선수들이 돌파를 시도하는 등 그의 전술이 부분적으로나마 구현된 게 그나마 소득'이라며 '주르예비치 감독이 중국 대표팀에 적합한 감독일지 모르지만, 그가 처한 어려움은 전임 감독들을 능가한다'고 마무리 했다.
한국전 완패 뒤 중국 현지에선 선수들의 기량 뿐만 아니라 주르예비치 감독의 지도력 등 다양한 시선으로 문제점을 찾고 있다. 그러나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심드렁한 편.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해체하라', '제갈량이 와도 중국 대표팀을 살릴 수 없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14억 대륙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졌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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