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번 한-일전에선 스리백의 단점만 확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 감독은 국내에서 열리는 이번 2025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새로운 전술인 스리백을 테스트하고 있다.
강호들이 즐비한 2026년 북중미월드컵 본선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기본 시스템인 포백과 함께 스리백 전술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파가 전원 빠진 사실상의 2진으로 치러진 대회임을 감안해도, 중국-홍콩-일본과의 3연전은 '홍명보표 스리백'을 적용하고 실험할 절호의 기회였다.
한국은 중국과 홍콩을 상대로 각각 무실점으로 3대0, 2대0으로 승리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사실 FIFA 랭킹이 100위권 안팎인 두 팀을 상대로 유효슈팅을 단 한 차례도 내주지 않은 건 한국이 잘해서이기도 하지만, 상대가 그만큼 전력이 약했다는 뜻도 된다.
그런 의미에서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강호 일본과의 동아시안컵 3차전은 스리백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홍 감독은 1차전 중국전 라인업과 비교해 단 두 자리만 바꿨다. 스리백은 김주성 박진섭 박승욱 라인으로 동일했다. 윙백도 김문환 이태석으로 똑같았다.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 김봉수 대신 서민우, 윙어 자리에 문선민 대신 나상호를 투입한 것이 '유이'한 변화였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전반부터 몰아친 끝에 3대0 완승한 중국전과는 딴판이었다. 7분 나상호가 역습 상황에서 골대를 맞히는 슛을 때린 직후인 8분, 상대의 크로스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선제골을 내줬다. 좌측에서 소마 유키에게 손쉽게 크로스를 허용했고, 문전에서 저메인 료가 아무런 막힘없이 발리슛을 허용하도록 내버려뒀다. 역할 분담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날 일본 역시 스리백을 활용해 양국의 스리백은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스리백은 수비시에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한국의 공격진으로 배달되는 공을 차단했고, 윙백은 호시탐탐 한국 수비 뒷공간 침투를 노렸다. 스리톱도 계속해서 위치를 바꿔가며 기회를 포착했다. 한마디로 팀 전체가 '동적'이었다.
반면 한국은 '정적'이었다. 빌드업 상황에서 양 윙백이 상대 진영 깊숙한 곳까지 올라간 것은 비슷했지만, 상대팀 윙백과 동일 선상에 머무를 뿐, 공간을 노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스피드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다 보니, 일대일로 경합하는 상황이 자주 펼쳐졌고, 대부분의 싸움에선 패했다. 한국 기준 좌측에선 신장 1m77 이태석과 1m92 모치츠키간의 미스 매치가 자주 벌어졌다.
후방 지역에서 한국 수비 뒷공간으로 날아드는 패스는 강하고 날카로웠다. 롱패스 한 번에 한국 수비진에 긴장감이 부쩍 높아졌다. 반면, 한국의 패스는 '옆'이나 '뒤'를 향했다. 빈 공간 어딘가에 '적당히' 찔러주는 패스가 자주 나왔다. 일본과 같이 약속된 플레이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호흡을 맞춰본 적 없는 사실상의 'K리그 올스타'여서 그렇다고 핑계를 댈 수 있지만, 그건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압박이 덜한 중국전에서 환상적인 감아차기 슈팅으로 선제골을 안긴 이동경은 이날도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주문받았지만, 경기 내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공을 잡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횟수보다 측면 공간을 수비하고 압박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할애했다. 전매특허인 왼발킥도 부정확했다. 이동경의 '실종'은 한국이 얼마나 원하는대로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지를 보여주는 예였다. 자연스레 패스를 공급받지 못한 주민규(전반) 이호재(후반) 등 전방 공격수들도 고립됐다. 한 명의 돌파형 요원(전반 나상호, 후반 문선민)만으론 수비진에 균열을 내기 벅차보였다.
홍 감독은 후반 주민규를 빼고 이호재를 투입하며 전방에 변화를 줬다. 이호재는 분명 더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수비수들과 싸워줬다. 후반 지친 탓인지 내려선 일본을 상대로 볼 점유율을 높여가며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후반전 45분 동안에도 일본 파훼법을 찾지 못했다. 뻔한 전진패스, 훤히 보이는 측면 돌파로는 차이를 만들기엔 역부족이었다. 홍명보식 스리백의 장점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홍 감독은 9월 A매치 친선전을 앞두고 커다란 숙제를 떠안았다.
용인=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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