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엄상백 78억원, 안치홍 72억원, 심우준 50억원.
한화 이글스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야심차게 베테랑 내야수 안치홍과 4+2년 최대 72억원이라는 거액에 합의해 FA 계약을 맺었다. 그 1년 전 채은성과 6년 90억원 계약을 체결한 뒤, '윈 나우' 연속성을 가져가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올시즌을 앞두고는 더욱 어마어마한 계약들을 쏟아냈다. KT 위즈에서 뛰다 FA가 된 유격수 심우준에게 4년 총액 50억원을 안기더니, 똑같이 KT 선발로 활약하던 엄상백에게도 4년 78억원을 투자하며 '우승 의지'를 확실하게 드러냈다. 세 사람 모두 나이, 커리어 등을 종합해봤을 때 '오버페이' 얘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지만 어찌됐든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선수가 있을 때 과감한 투자를 해야한다는 한화의 '불도저 행보'가 빛을 발하는 듯 보였다.
채은성은 주장 역할에 올시즌 중심타자로 맹활약하며 몸값을 하고 있다. 미국 생활을 마치고, 한화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류현진도 논외로 두자. 문제는 나머지 고액 FA 세 명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안치홍은 40경기 타율 1할5푼5리 1홈런 11타점에 그치고 있다. 극심한 부진에 2군에 내려갔다, 생전 착용하지 않던 안경까지 쓰며 반전을 노렸지만 다시 2군행 통보를 받아야 했다. 2루 수비가 안되는 상황에서, 1루로 들어가기에는 채은성의 벽이 높았고 그렇다고 타격에서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하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여력이 없었다.
엄상백은 전반기 15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승6패 평균자책점 6.33이라는 처참한 성적만 남겼다. 지난해 13승을 거둔 투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심각한 부진이다. 구위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잘 던지다가도 갑자기 제구가 흔들리기 일쑤다. 많은 돈을 받고 와,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는 모양새다.
심우준은 두 사람보다는 그나마 낫다. 수비에서라도 공헌도가 높다. 하지만 타율이 2할9리다. 그것도 전반기 마지막 10경기에서 4할을 몰아쳐 겨우 2할을 돌파한 것이다. 또 왼 무릎 골절상으로 한 달이 넘게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것도 뼈아팠다.
한화는 33년 만에 전반기 1위를 차지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세 사람 얘기가 나오면 골치가 아파진다. 합계 200억원을 투자한 효과가 어디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편하다. 그 투자 왜 했을까. 우승 하려고 했다. 아직 우승 얘기를 꺼내기는 이르지만, 어찌됐든 전반기 1위고 2위에 4.5경기차 앞선 채로 후반기를 맞이한다. 현 시점 올해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을 꼽으라면 단연 한화다. 우승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승만 하면, 세 사람 개인 성적은 어찌됐든 한화는 성공적인 투자를 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억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라도 구단과 선수들이 마음을 다잡아야 후반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세 사람이 이렇게나 부진했는데 1위를 했다? 후반기 지금보다 잘하면 한화가 얼마나 더 무서워질지 생각해보면 오히려 희망이 생기지 않을까. 또, 우승으로 선수들이 책임에 대한 부담을 덜면 내년 시즌 편한 마음으로 더 좋은 경기력을 뽐낼 수도 있다. 아직 계약이 많이 남은 선수들이다.
또 단순 성적만으로 영입 효과를 다 설명할 수 없다. 이 선수들이 못해도, 이 선수들의 합류로 내부 경쟁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고 그렇게 다른 스타가 튀어나올 수도 있다. '그걸 위해 그렇게 큰 돈을 썼나'라고 비판할 수 있지만, 아무 효과도 없는 것보다 이렇게라도 팀 전력이 올라가면 위안을 삼을 수 있다.
뭐가 됐든, 우승 하면 다 '해피엔딩'이 된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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