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배지환 Good, 고우석 Bad'
마이너리그에서 빅리그를 노리고 있는 두 명의 한국인 도전자들이 처음으로 투타 대결을 펼쳤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산하 트리플A 톨리도 머드헨스의 불펜투수 고우석과 피츠버그 파이리츠 산하 트리플A 인디애나폴리스 인디언스 소속의 외야수 배지환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대결의 결과 자체는 고우석의 승리였다. 하지만 고우석을 '승자'라고 할 수는 없을 듯 하다. 최종적으로는 배지환의 활약이 더 돋보였기 때문이다. 고우석은 배지환과의 국지전에서는 승리했을지 몰라도 이날 경기라는 전장에서는 2점을 허용하며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경기에서도 배지환이 활약한 인디에나폴리스가 9대6으로 승리했다.
고우석과 배지환은 2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의 빅토리 필드에서 만났다. 배지환은 2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고, 고우석은 불펜에서 대기하다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최종성적은 배지환이 3타수 1안타 1타점 2도루 3득점이었고, 고우석은 1⅔이닝 3피안타 2볼넷 2실점이었다.
고우석은 팀이 4-5로 역전을 허용한 5회말 1사 2루 때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첫 상대인 빌리 쿡에게 93마일(약 150㎞)짜리 포심을 초구로 던지다 비거리 127m짜리 중월 2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애매한 스피드의 포심이 한복판 높은 코스로 들어왔다. 장타를 허용하기 딱 좋은 실투였다.
이후 고우석은 캠 데바니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지만, 제러드 트리올로에게 볼넷을 내준 이후 알리카 윌리엄스와 숀 로스에게 각각 중전안타와 우전 적시 2루타를 내주며 또 점수를 허용했다. 2사 2, 3루 위기가 이어졌으나 간신히 정쭝저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끝냈다.
고우석은 6회말에도 마운드를 지켰다. 다행히 이번 이닝에서는 실점하지 않았다.
선두타자 로니 사이먼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드디어 배지환과 맞대결을 펼쳤다. 초구 볼에 이어 2구째 낮은 바깥쪽 스플리터에 배지환의 배트가 나왔다. 2루수가 잡아 선행주자를 잡아냈다. 배지환은 1루에서 세이프됐다.
고우석은 다음 타자 닉 솔락을 3루 땅볼로 처리했고, 앞선 이닝에서 2점 홈런을 얻어 맞은 쿡과 재대결 해 6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이번에는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고우석은 7회에는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이날 날인1⅔이닝 동안 총 42개의 공을 던졌고, 이 가운데 23개가 스트라이크였다. 포심 패스트볼 최고구속은 95마일(약 153㎞)까지 나왔다. 평균자책점은 5.09로 상승했다.
이날 고우석의 전체적인 구위나 성적을 볼 때 아직은 메이저리그와 한참 먼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상태라면 올 시즌이 끝나기 전까지 마이너리그에서만 던지게 될 수 도 있다. 트리플A에서 5점대 ERA 투수가 빅리그로 승격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배지환은 비록 6회말 고우석에게 안타를 치지 못했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타격감을 유지했다. 배지환은 전날 톨레도전에서 올해 처음으로 '5안타 경기'를 펼치며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한 바 있었다. 이날도 활약이 이어졌다.
1회말 첫 타석 때는 볼넷을 골라나간 뒤 2루를 훔쳤다. 그리고는 후속타자 솔락의 적시타 때 홈으로 들어와 팀의 선제 득점을 달성했다. 3회말에는 유격수 앞 병살타에 그쳤지만, 5회말 1사 만루 때는 볼넷을 골라내 밀어내기로 타점을 수확했다. 이어 닉 설랙의 2루타 때 홈까지 들어와 이날 두 번째 득점을 올렸다.
8회말에는 드디어 안타를 쳤다. 2사 후 타석에 나와 알렉스 랑게의 96마일짜리 초구 강속구를 가볍게 밀어쳐 좌전 안타로 만들었다. 1루에 나간 배지환은 후속 솔락 타석 때 이날 두 번째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이후 솔락의 볼넷으로 이어진 2사 1, 2루에서 쿡의 중전 적시타 때 빠른 발을 앞세워 홈으로 들어왔다. 이날 세 번째 득점이었다.
이로써 배지환은 마이너리그 타율 0.296(179타수 53안타)를 유지했다. 타율 3할 진입이 코앞이다. 타율 3할 진입은 메이저리그 재진입이 임박했다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고우석보다 먼저 메이저리그 무대를 다시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