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돌파구를 찾기 위해 보직을 변경했지만, 첫 단추는 살짝 아쉬웠다.
FA로 한화 이글스에 합류한 투수 엄상백이 후반기 첫 등판에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아쉬움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던졌다.
엄상백은 23일 잠실 두산전에 1회에 4실점 하며 조기강판한 선발 황준서 대신 2회부터 마운드에 올랐지만 2⅔이닝 동안 14타자를 상대로 홈런 2방 포함, 7안타 6실점 했다.
황준서 엄상백이 잇달아 무너지며 한화는 2대13 대패를 피하지 못했다. 파죽의 연승행진도 10에서 중단됐다.
아쉬운 결과였지만 작은 희망도 발견할 수 있었던 내용이었다.
엄상백은 1회부터 한껏 달아오른 두산 타선을 2,3회 연속 삼자범퇴로 돌려세웠다. 148㎞의 빠른 공과 커터, 커브, 체인지업을 섞어 공격적인 피칭으로 순항했다.
4회말 선두타자 오명진까지 삼진 처리하며 7타자 연속 범타 행진.
하지만 1사 후 악몽이 시작됐다. 박준순의 3루타를 시작으로 7연속 소나기 안타가 이어졌다. 양석환 적시타(1타점)→김기연 2루타→김대한 적시타(2타점)→정수빈 2루타→이유찬(투런 홈런)→케이브(솔로 홈런).
4회 2사 후 조동욱으로 교체돼 마운드를 내려왔다. 순항하다 한번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아쉬운 장면. 습기 가득 무더운 한 여름 밤의 악몽 같던 순간이었다.
다음날인 24일 잠실구장. 두산전을 준비하던 한화 김경문 감독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은 "상백이가 더 잘해주면 팀으로서도 좋은데 지금 사실 기대했던 것보다 안 풀리는 건 사실"이라며 "FA 선수 중에 첫 해에 그동안 좀 무리를 해서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선수가 종종 있다. 상백이도 안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팀에 좀 도움이 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데 잘 풀리고 있을 뿐이다. 그럴 때 감독이 말 없이 기다려줘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도 팀이 순항하고 있으니 상백이가 더 잘 던져주면 팀이 더 여유가 더 생길 것이다. 아무튼 상백이한테 힘을 좀 많이 실어줘야 될 것 같다"며 감쌌다.
불펜으로 전환하면 통상 스피드가 오른다. 148~149㎞까지 올라온 스피드는 긍정적 신호다. 7타자 연속 구위로 누른 것도 유심히 지켜봐야 할 대목. 상황에 따라 2이닝 안쪽으로 짧게 쓸 경우 무더위 속 지쳐가는 불펜진에 단비가 될 수 있다.
보직 변경 후 첫 등판. 수치 결과만 가지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선수 본인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만큼 후반기 한화 마운드에 도움이 되는 퍼즐이 될 확률이 높다.
잘해야 한다는 조바심을 내려놓고, 달라진 보직에 맞춰가야 할 시간도 필요하다. 김경문 감독 말 처럼 지금은 기다림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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