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여행과 관광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목적과 경험에서 차이가 있지만 큰 의미에서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기술과 생화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둘 사이 차이는 희미해졌고, 유사한 점은 더욱 강화됐다. 학문적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는 한 관광과 여행을 구분할 필요는 없다. '다시 돌아올 목적으로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지역을 구경하는 것'이란 시작점이 같으니 말이다. 더구나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전통적인 의미에서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가 모호해졌으니 더 그렇다. 언제, 어디든 내가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모든 활동은 관광 또는 여행이 될 수 있다. 관광과 여행의 목적지는 집에서 멀면 멀수록 즐거움을 줄 것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천안과 아산에선 통하지 않는다. 일상과 비일상이 만나는 그곳에는 즐거움과 만족스러움이 가득한 시간으로 채워졌다.
▶ 여행지로서 천안의 매력
천안은 여행지로서 매력적인 곳이다. 뛰어난 교통 접근성을 바탕으로 아무런 목적 없이 찾아도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혼자여도 좋고, 누군가와 함께해도 좋다. 심홍용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장은 "천안과 아산은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뛰어나다"며 "도심에 형성된 다양한 먹거리를 접할 수 있고, 도심을 살짝 벗어나면 아름다운 풍광과 벗할 수 있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천안 하면 호두과자만 떠올렸다면 앞으론 '태학산'을 기억하는 게 좋겠다. 태학산은 학이 춤을 추는 형태로 생겼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태학산 정상에는 고려시대 불상 양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거대한 천안 삼태리 마애여래입상(보물 407호)이 있다. 해발 450m로 높이는 낮지만, 천안을 대표하는 산 중 하나다. 산하면 등산, 트래킹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태학산에는 특별한 곳이 있다. 태학산자연휴양림이다.
태학산자연휴양림은 50만5498㎡ 규모로 2001년에 문을 열었다. 태학산자연휴양림에는 작은 계곡과 울창한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고 여러 종류의 야생화가 여기저기 피어있다. 주요시설로는 숲속의 집 2동과 오토캠핑장, 어린이 놀이시설이 있으며, 3개 노선의 등산로·대피소·정자·주차장 등도 있다. 최근 기존 오토캠핑장을 확장해 피크닉테이블, 고정식 텐트 등 편의시설을 갖춘 가족 바비큐장(피크닉장) 8면을 조성했다. 특히 소나무가 집단으로 자라고 있어, 선선하게 불어오는 산바람이 시원하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은 얼음물처럼 차갑다.
태학산자연휴양림을 더욱 특별하게 하는 건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은 시간에 따라 5000원부터 1만5000원까지 저렴하지만, 전문적인 숲 치유사와 함께 숲길 걷기, 싱잉볼 명상, 편백봉 체조, 족욕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여름철의 경우 무더위를 피해 실내 활동이 진행되며, 물을 이용한 치유 마사지 시간도 맛볼 수 있다.
프로그램은 고정적이지 않다. 참가자의 연령 및 건강 상태, 현장 날씨 등을 고려해 숲 치유사가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본 프로그램은 2시간 코스로 오전 10~12시, 오후 2~4시에 진행되며 사전 예약은 필수다.
천안에 가면 만세 소리가 귓가를 맴도는 듯하다. 천안은 유관순 열사의 고향으로 매봉산 일원에 유관순열사사적지가 있다. 기념관과 생가, 봉화대, 추모각, 초혼묘, 열사의 거리 등이다. 기념관은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쾌적한 실내 환경을 자랑한다. 소녀 유관순과 마주한 시간은 특별하다. 단순하게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것을 넘어 3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던 또래보다 키가 큰 소녀의 의지가 가슴으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수감됐던 서대문형무소의 수감실을 재현한 공간에 울리는 노래에 가슴이 뭉클하다. 흔히 봤던 유관순의 머그샷(수감자 식별을 위한 사진)'을 비롯해 조카를 위해 손수 뜨개질해 선물한 모자 등 그와 관련된 다양한 물품에는 그의 손길과 심장 소리까지 고스란히 머금고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최근 천안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는 빵집으로 향한다. 대전에 성심당이 있다면 천안에는 뚜쥬루가 있다. 2013년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빵돌가마를 도입해 빵돌가마에서 빵을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것이 특징이다. 천안 뚜쥬루 빵돌가마마을은 빵 전문관, 빵마을 카페가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어 마치 동화 속 마을 분위기다. 주말에는 빵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관광지로서 아산의 매력
천안의 옆 동네로 불리는 아산. 이곳은 관광지로서 매력이 넘친다.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과거의 시간을 둘러보는 관광지로 이만한 게 없다. 아산의 대표 볼거리는 공세리성당이다. 12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 깊은 곳으로, 충청남도 지정문화재 144호로 보호되고 있다. 프랑스 출신 드비즈 신부가 설계했다는 로마네스크풍 건축 양식의 공세리성당은 천주교 신앙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 수많은 순교자를 모시고 있는 중요한 성지다. 병인박해 당시의 유물과 유품들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성지 박물관은 충청남도 지정 문화재인 구 사제관 건물을 개보수해 봉헌된 것으로 대전교구 최초의 감실을 비롯해 1500여점의 유물이 보관되어 있다. 성당 주위에는 십자가의 길과 별채로 꾸며진 성체조배실, 장구한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350년이 넘는 보호수와 15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예수마음 피정의 집'이 있다.
공세리성당은 어느 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작품에 가깝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비롯해 드라마 '아이리스', '불새', '모래시계, '미남이시네요', '시지프스' 등의 배경이 된 이유다.
아산의 또 다른 관광지는 외암마을이다. 외암마을은 예산 이씨 집성촌으로 마을의 역사는 대략 500년에 달한다. 단순한 역사를 넘어, 마을에 들어서면 기와집과 초가집 등 전통 한옥 60여 채를 비롯해 주변을 둘러싼 돌담길이 인상적이다. 외암마을은 인위적으로 조성된 곳이 아닌, 현재도 마을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외암마을을 대표하는 고택으로 건재고택과 참판댁을 꼽는다. 건재고택은 영암군수를 지낸 이상익이 살던 집으로, 마을 이름의 유래가 된 외암 이간 선생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수종이 다양한 정원과 사랑채가 어울려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으로 꼽힌다. 참판댁은 이조참판을 지낸 퇴호 이정렬이 고종에게 하사받은 집이다. 외암마을은 전통가옥 민박에서 팜스테이가 가능하고, 한지 손거울 만들기, 엿 만들기 등 전통 체험도 할 수 있다.
현충사도 빼놓을 수 없는 아산의 관광지다. 현충사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나라 사랑 정신을 널리 일리고 이를 되새기기 위해 충무공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다.
충무공이 성장해 무과에 급제할 때까지 살던 곳이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 활약을 담고 있는 기념관도 있다. 기념관에서는 영상과 체험을 통해 당시 상황을 전달한다.
현충사 인근에는 이순신 장군의 묘소가 있다. 이순신 장군은 전사 후 마지막 통제영이었던 고금도에 모셔졌다가, 이듬해인 1599년 2월 11일 아산의 금성산에 모셔졌다. 그리고 1614년(광해 6년)에 지금의 자리에 이장됐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