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김동문 회장도 못한 걸 해냈다. 솔직히 우리보다 낫다."
1일 새벽(한국시각) 세계선수권 남자복식 결승전을 중계하던 하태권 SPOTV 해설위원은 감탄사를 쏟아냈다. 서승재(28)-김원호(26·이상 삼성생명)가 챔피언 등극을 확정하고 나서다. 서승재-김원호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펼쳐진 '2025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 남자복식 결승서 중국의 천 바이 양-류 이(세계 11위)를 게임 스코어 2대0(21-17, 21-12)으로 완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1게임에서 드라마같은 역전으로 모두를 놀라게 한 둘은 2게임에서는 압도적으로 상대를 초토화시키며 세계랭킹 1위의 위용을 펼쳐보였다. 전위를 맡은 김원호의 무결점 네트 플레이, 후위 서승재의 강력하고도 빠른 커버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결과였다. 특히 서승재는 압승을 거뒀던 준결승에서 몸을 날린 리시브를 선보인데 이어 결승 1게임에서 뒤로 넘어지면서도 동물적인 감각으로 수비 성공, 역전의 발판을 놓았다. 다른 선수같으면 '도저히 막을 수 없다'는 걸 해낸 '괴력'이었다.
이같은 우승 쾌거는 가장 믿었던 안세영(23·삼성생명)의 여자단식 준결승 탈락으로 인해 실의에 빠진 한국 배드민턴에 청량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이번 우승은 그동안 '안세영' 이름 석자로 대표돼 왔던 한국 배드민턴에 '서승재도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하 위원이 감탄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 위원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김동문(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과 함께 남자복식 금메달을 따는 등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세계 남자복식을 호령했던 '전설'이다. 당시 김 회장은 서승재와 마찬가지로 남자·혼합복식 중복 출전했는데, 1999년 세계선수권에서 더블 우승을 한 바 있다. 이후 서승재가 2023년 대회에서 같은 종목 2관왕에 오르며 대를 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이어 열린 2001년 대회에서는 은메달에 그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 다음 2003년 대회에서 혼합복식 우승을 했으니 '연속 우승 실패'는 김 회장에겐 잊을 수 없는 아쉬움이었다. 그 '한'을 김 회장이 회장 자격으로 대회장을 방문해 지켜보는 앞에서 서승재가 풀어준 것이다.
서승재가 만든 스토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청출어람'이다. '2연패의 전설'이 2연패의 제자를 만들었다.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주봉 감독은 한국 배드민턴사 유일한 세계선수권 2연패 기록 보유자였다. 1989년 혼합복식, 1991년 남자·혼합복식에서 정상에 오르며 1977년 세계선수권이 탄생한 이후 한국 최초로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 배드민턴의 '원조 레전드'로 불리게 된 역사적 공로였다. 서승재는 '2관왕+대회 2연패'로 스승 박 감독을 거의 빼닮았고, 34년 만에 세계선수권 연속 우승의 맥을 살렸다.
김 회장과 함께 세계를 평정했던 하 위원이 "내가 김 회장과 조를 이뤘던 때보다 더 잘 하는 것 같다"고 인정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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