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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유니폼 입으면" 왜 감독은 초강수 뒀나, 8년이나 기다렸는데…"다 각자 깨달았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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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이겨내야 한다."

8년을 간절히 기다린 탓일까. 롯데 자이언츠는 2017년 이후 첫 가을야구 기회를 자기 발로 차버리는 것 같았다. 여유 있는 3위였다가 12연패, 또 5연패에 빠지면서 6위까지 내려앉았다.

롯데는 10일 부산 한화 이글스전에서 0대13으로 완패했는데, 경기 내용이 너무도 참혹했다. 5실책이 너무도 뼈아팠는데, 한태양, 손호영, 전민재, 나승엽 등 내야수들이 골고루 실책을 저지르며 와르르 무너졌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1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앞서 "내야수들이 나한테 공 오지 말라고 하는 것 같더라. 뭘 그리 긴장하는지"라며 안타까워했다.

롯데 내야진은 젊고 경험이 부족한 편이다. 간절했던 가을야구가 눈앞인데, 자꾸 팀이 연패에 빠지다 보니 중압감이 컸던 모양이다.

김 감독은 결국 10일 한화전을 마치고 그라운드에 선수단 전체를 소집했다. 30분 정도 수비 훈련을 진행한 뒤에 광주 원정 버스에 오르게 했다. 시즌 막바지고 연패인데 경기 내용까지 참혹해 선수단의 피로도가 높을 텐데도 김 감독은 훈련을 강행했다. 선수단에서 불만이 나올까 주춤할 수도 있었지만, 이를 감수하고 초강수를 던진 것이다.

김 감독은 "어제(10일)는 그냥 그대로 넘어가면 오늘 경기까지 지장이 있다. 정말 간단하게 다시 훈련을 하면서 본인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길 바랐다. 사실 투수들도 한번씩 영점이 안 잡혀서 볼넷을 연속으로 주고 내려오면 불펜에서 조금 더 던지게 한다. 내려와서 아이싱을 하고 그냥 넘어갔다가 다음 경기에 등판하면 잔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다시 한번 자신 있게 하라는 의미의 훈련이었다. 어떻게 보면 감독 미팅을 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롯데 유니폼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주길 당부했다.

김 감독은 "이겨내야 한다. 프로야구 선수가 경험이 없다고 그래선 안 된다. 유니폼을 입고 나오면 자기가 최고고 주전인데"라고 강조했다.

롯데는 11일 KIA에 4대3으로 승리하면서 힘겹게 연패를 끊었다.

선발투수 나균안이 4이닝 70구 5안타(1홈런) 2볼넷 3삼진 3실점을 기록하고 일찍 마운드를 내려간 가운데 불펜으로 승부를 걸었다. 정철원(1이닝)-정현수(1이닝)-최준용(1⅔이닝)-김원중(1⅓이닝)이 무실점으로 이어 던지며 승리를 지켰다.

3-3으로 맞선 6회초 고승민이 해결사로 나섰다. 1사 후 정보근이 볼넷을 고르자 대주자 장두성을 기용했다. 다음 황성빈 타석에는 대타 정훈을 썼다. 정훈 타석에서 장두성이 2루를 훔쳤고, 2사 2루에서 고승민이 우전 적시타를 날려 4-3 승리를 이끌었다.

김 감독은 경기 뒤 "동점 이후 불펜 투수들이 실점 없이 경기를 이끌어 팀이 승리할 수 있었다. 연패로 부담이 큰 경기였을 텐데,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좋은 경기를 했다. 매 경기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나서라고 선수단에 당부하고 싶다"고 선수단을 독려하며 "시즌 막바지 팀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변함없이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결승타를 장식한 고승민은 "이기면 하루가 힘든지 모르는 것 같다. (야간 훈련으로) 선수단 전체가 다 각자 깨달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제(10일) 아마 각자 본인들이 다 마음가짐을 잘 잡고 나오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중압감이 없는 것 같은데, 나보다 어리거나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중압감을 갖고 하는 것 같다. 옆에서 (손)호영이 형이나 나나 일부러 더 '편하게 해'라고 말한다. 실책 해도 상관없으니까 편하게 하라고 주변에서 다 그렇게 말해준다"며 "매 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면 끝날 때 아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원중은 KIA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4아웃 세이브를 달성한 뒤 "경기 전까지는 힘든 상황이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크게 흔들리지는 않으려 했다. 경기에서는 오직 팀 승리만 생각하며 집중했다. 무엇보다도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운 결과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최근 팀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선수단 모두가 이 상황을 잘 이겨내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 역시 출전하는 경기마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고, 남은 시즌 동안 더 좋은 모습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팬 여러분이 보내주시는 응원에 항상 감사드리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끝까지 힘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