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공격적인 게 보여서 만족한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시즌 막바지 좋은 원석을 발견한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2025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KIA에 입단한 우완 김태형이 주인공. 김태형은 시즌을 치르면서 급속도로 성장하며 2026년 선발 로테이션 구상을 뒤흔들 만한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김태형은 덕수고 에이스 출신으로 시속 150㎞를 웃도는 묵직한 직구를 자랑했다. 그런데 프로에 와서 구속이 140㎞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구속이 떨어지니 1군에서 기회도 적었고, 본인도 자기 공을 마음껏 던지지 못하니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1군에서 바로 기량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했던 선수였기에 팬들은 물론 김태형 스스로도 실망감이 컸다.
7월부터 2군에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돌면서 조금씩 고교 에이스 시절의 기량을 되찾기 시작했다. 7월까지 1군에서 최고 구속 147㎞를 기록했는데, 9월에 1군에 온 뒤로는 최고 구속 152㎞를 찍었다. 평균 구속은 147㎞ 정도로 형성됐다. 단 2개월 만에 구속을 5㎞ 이상 끌어올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김태형은 구속 상승 비결과 관련해 "2군에서 계속 선발을 돌았는데, 후반기가 되니까 밸런스도 잡히고 운영도 좋아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유리할 때 직구를 강하게 던지고, 구속도 오르고, 1군에 올라와서 던지니 긴장감도 있고 승부도 돼서 구속이 잘 나왔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김태형은 곧장 선발 한 자리를 꿰찼다. KIA 구단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올 시즌 국내 1선발급으로 활약했던 김도현이 팔꿈치 염증으로 지난 12일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고, 에이스 제임스 네일마저 최근 팔꿈치 염증으로 시즌을 접었다.
8위 KIA는 가을야구 진출이 거의 불가능해졌지만, 잔여 경기를 치러야 하기에 김도현과 네일을 대체할 선발투수가 필요했다. 김태형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김태형은 씩씩하게 마운드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김태형은 지난 11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김도현이 2이닝 만에 부상으로 조기 강판하자 2번째 투수로 등판해 4이닝 2실점 호투를 펼쳤고, 16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는 데뷔 첫 선발 등판해 4이닝 1실점 역투를 펼쳤다. 23일 인천 SSG 랜더스전 역시 5이닝 2실점 쾌투를 펼쳤다.
다만 타선이 마운드에 있는 김태형을 전혀 돕지 못했다. 16일 한화전과 23일 SSG전 모두 패전을 떠안았다. 23일 SSG전은 타선이 조금만 도와줬더라면 데뷔 첫 승도 기대할 만했는데, 타선이 SSG 선발투수 김건우를 공략하지 못했다. 김건우는 5⅓이닝 1안타 2볼넷 12탈삼진 무실점 인생투를 펼쳤다.
2패만 떠안은 막내지만, 김태형은 올해 KIA 2군에서 올린 투수 가운데 성영탁 다음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다음 시즌 5선발 경쟁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윤영철이 왼팔 굴곡근 손상으로 수술을 받아 다음 시즌 상수로 생각하기 어렵고, 김도현과 이의리, 황동하 모두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태형은 다음 시즌 KIA 선발진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이 감독은 "공격적으로 들어가는 성향의 투수라 좋게 봤다. 맞아도 바로 승부해서 붙는다. 공격적으로 승부하다 볼을 줘서 볼넷을 주는 것과 안 맞으려다가 볼넷을 주는 것은 다르다 생각한다. 학창 시절 경기를 많이 했던 투수라 그런지 공격적인 투구가 좋아 보였다. 올 시즌 선발 몇 경기 던지고 마무리를 하는 게 내년에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고 생각한다. 구위도 좋고, 공격적인 게 보여서 만족한다"고 칭찬했다.
김태형은 내년 선발 경쟁 가능성과 관련해 "워낙 좋은 형들이 많아서 힘들겠지만, 좋은 형들과 경쟁하다 보면 서로 좋아지니까. 강해지고 나도 좋아지고 싶다"며 "아직 보완해야 할 것이 많다. 변화구도 확실히 완성도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변화구를 많이 연습해야 하고, 여유가 없어서 보크를 저지르기도 했다. 경기에 나서면서 여유를 찾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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