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만루홈런을 쳤는데도 기쁘지 않다. 그저 아쉽고 안타깝다. 이겼지만 웃을 수가 없는 경기다."
4연패를 끊었다. 마지막 트래직 넘버는 지켰다. 홈팬들 앞에서 8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를 확정짓는 참사는 피했다.
이겼지만 이긴 것 같지 않았다. 차라리 김원중 대신 벨라스케즈가 등판해 동점 홈런을 얻어맞았더라도 분노는 폭발했을지언정 이렇게 이글이글 타오르는 감정에 직면하진 않았을 것이다.
26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 자이언츠는 삼성 라이온즈와 4시간 13분 혈투 끝에 10대9로 승리했다.
8-5에서 1점 추격당했고, 10-6에서 거듭된 만루 위기를 겪은 끝에 10-9, 1점차까지 추격당한 끝에 힘겹게 경기를 끝냈다.
그 과정에는 안타, 연속 볼넷, 적시타, 밀어내기 사구, 포일로 인한 실점 등 팬들의 한숨을 부르는 온갖 상황이 이어졌다. 분노, 탄식, 짜증, 허탈, 부산 야구팬들의 감정을 바닥 아래 지하실로 끌어내린 경기였다.
그 와중에도 무너지는 김원중을 바꾸지 않는 김태형 감독의 뚝심이 돋보였다. 1년 내내 롯데 불펜이 2연투, 3연투, 멀티이닝 1위를 휩쓰는 와중에도 김원중만큼은 철저하게 지켜줬다. '귀족 마무리'에 가까운 시즌을 보낸 만큼, 마지막 순간은 마무리로서, 팀의 투수조 조장으로서 이겨내라는 준엄한 질책이었다.
결국 김원중은 무려 56구를 던진 끝에 가까스로 승리만은 지켜낸 채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만난 김민성은 이날 승리의 결승타가 된 역전 만루포의 주인공이었다. 특히 3-2에서 삼성 이재현에게 역전 투런포를 허용하며 3-5로 뒤집힌 상황, 가을야구가 좌절 직전인 팀답지 않은 뒷심을 뽐내며 8-5로 재차 뒤집는 과정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김민성은 시종일관 웃지 않았다. 그는 "웃음이 나지 않는다. 가을야구 도전이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안타깝고 아쉽고 여러가지 감정이 든다"고 토로했다.
'홈런 상황을 설명해달라'는 말에 무겁게 닫혔던 입이 열렸다. 김민성은 "예상과 달리 이승현 선수가 직구 5개를 연속으로 던져서 좀 놀랐다. 그러다 체인지업을 하나 잘 참았다.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7회말 역전, 결승, 그랜드슬램. 하지만 김민성은 타구를 잠깐 지켜본 것 외에 특별한 액션 없이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눈에 띄는 세리머니도 없었다.
"솔직히 지난번 끝내기가 더 짜릿했다. 오늘은 치는순간 넘어갔는데 마음이 참 그랬다. 안도감도 있고, 지금 우리 팀의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도 생각났다. 그래도 많은 팬분들이 마지막이라고 오셨는데, 이기는 경기를 보여드려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든다."
김민성은 "설령 순위가 정해지고 탈락이 확정됐더라도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한다. 그게 우리 몫이다. 나도 최선을 다해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아쉽다는 생각을 하면 끝도 없다. 줄줄이 아쉽다. 분명한 건 (가을야구 탈락이 확정될시)우린 실패했다고 깔끔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모두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었고,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한다"고 했다.
다만 '내년에는 달라야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선수들이 오늘의 이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개개인에게, 또 팀적으로 부족한 거,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리마인드해야한다."
김민성은 "나도 그런 실패를 겪고 주전 선수가 됐고, 지금까지 야구를 해왔다"면서 "경기중에는 괜찮다하고 빨리 잊고 넘어가야한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에는 다르다. 내 실수 때문에 팀이 졌으면 그건 절대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경기 끝난 후 몸은 쉬고있지만, 머리와 마음으로는 그 순간을 생각하고 나와야 다음날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너무 아쉽다. 우리 선수들 개개인마다 이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좋겠다. 다음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우리 팀 전체적으로, 단체 차원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는 시간을 가져야한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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