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지옥문'이 또 막판에 열릴 뻔했다. 거의 문틈까지 벌어졌지만, 포스트시즌 불펜으로 돌아온 사사키 로키가 자물쇠를 돌리면서 위기를 끝내버렸다.
LA다저스가 2025시즌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2연승을 달성했다. 또 다시 불펜이 위기를 자초했지만, 이번에는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다저스의 저력이 새삼 드러난 장면이다. 큰 경기에서 흔들릴지언정 쓰러지진 않았다.
다저스는 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 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디비전시리즈(5전3선승제) 2차전에서 4대3으로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이로써 다저스는 필라델피아 원정 1, 2차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진출까지 단 1승만 남겨두게 됐다. 다저스는 9일 홈구장인 LA 다저스타디움에서 3차전을 치른다. 승리하면 바로 챔피언십 시리즈에 간다.
지난 1차전에서 오타니 쇼헤이를 선발로 앞세워 5대3 역전승을 거둔 다저스는 2차전 선발로 블레이크 스넬을 내세웠다. 스넬은 6회까지 단 1개의 안타만 내주며 4볼넷-9삼진으로 무실점 호투를 이어갔다.
하지만 다저스 타선이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필라델피아 좌완 선발 헤수스 루자르도도 엄청난 호투를 이어갔다. 디비전시리즈 2차전 초중반은 팽팽한 선발 대결로 흘러갔다. 루자르도 역시 6회까지 단 1안타만 내주며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6회까지 스코어보드에는 숫자 '0'만 12개가 찍혀있었다.
그러나 7회초에 팽팽하던 승부에 균열이 생겼다.
다저스 베테랑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루자르도를 무너트리는 데 앞장섰다. 7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테오스카는 6구 승부 끝에 중전안타를 날렸다. 이어 후속 프레디 프리먼의 우익선상 2루타 때 테오스카가 3루까지 진루했다.
루자르도의 역투는 여기까지였다. 무사 2, 3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온 롭 톰슨 감독은 루자르도를 내리고, 오리온 키커링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 교체가 오히려 악수가 됐다. 키커링은 토미 에드먼을 삼진으로 잡았다.
그러나 키케 에르난데스에게 내야 땅볼로 실점했다. 방망이가 부러지면서 타구 속도가 죽었다. 유격수가 잡아 1루로 던지는 사이 3루주자 테오스카가 홈을 밟았다. 키케도 1루에서 살았다. 야수 선택으로 모든 주자가 세이프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어 대다 맥스 먼시가 볼넷을 골라내 다시 1사 만루 찬스가 이어졌다. 그래도 톰슨 감독은 키커링을 바꾸지 않았다. 키커링은 앤디 파헤스를 1루 뜬공으로 잡았지만, 윌 스미스에게 2타점 좌전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다저스가 3-0으로 달아난 상황에서 톰슨 감독은 키커링을 내리고, 맷 스트라움을 투입했다.
하지만 스트라움마저 2사 1, 2루에서 오타니에게 우중간 적시타를 맞으며 1점을 더 내준 뒤에야 무키 베츠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루자르도의 자책점이 2점으로 불어나는 동시에 다저스 선발 스넬에게 승리투수 요건이 갖춰졌다.
4-0으로 리드를 잡은 다저스는 7회말 에밋 시한을 마운드에 올렸다. 시한은 8회말 1사까지 4타자를 연속 아웃시켰다. 그러나 8회말 1사 후 대타 맥스 케플러에게 우익선상 3루타를 허용한 뒤 트레이 터너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아 1점을 허용했다. 이후 카일 슈와버와 브라이스 하퍼를 각각 삼진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4-1로 앞선 다저스는 9회말에 다시 위기를 맞았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마무리로 블레이크 트레이넨을 투입했는데, 최악의 교체였다. 트레이넨은 나오자마자 알렉 봄-J.T.리얼무토-닉 카스테야에게 중전안타-좌전 2루타-좌전 2루타를 연달아 얻어맞으며 2점을 내줬다.
순식간에 1점차로 점수차가 좁혀졌고, 무사 2루 상황은 이어졌다. 다저스의 절대적인 위기상황이 펼쳐졌다. 동점주자가 나간 상황에서 결국 로버츠 감독은 트레이넨을 알렉스 베시아로 바꿨다. 베시아는 무사 2루에서 희생번트를 시도한 브라이스 스탓을 3루 땅볼로 유도했다. 3루수 먼시가 공을 잡자마자 3루로 던져 선행 주자 카스테야를 아웃시켰다.
무사 2루가 1사 1루로 바뀌었다. 필라델피아는 또 대타작전을 썼다. 해리슨 베이더가 나와 좌전안타를 날렸다. 베시아는 1사 1, 2루에서 케플러를 1루수 땅볼로 유도해 또 1루 선행주자를 잡았다. 2사 1, 3루가 이어졌다.
여기서 로버츠 감독은 사사키 로키를 호출했다. 로키는 담대하게 던졌다. 첫 상대는 터너. 초구 몸쪽 스플리터가 존을 벗어났다. 이어 2구째 99.3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몸쪽 스트라이크존으로 던졌다. 터너가 스윙했지만, 로키의 묵직한 패스트볼을 이겨내지 못했다. 투구는 힘없이 2루수 앞으로 흘러갔다. 로키는 디비전시리즈 2경기 연속 세이브를 달성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