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가을야구 엔트리는 좀 독특하다.
가을야구 내내 모습을 보이지 않는 선수도 수두룩 하다.
경기에 나오지 않는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라커룸에서, 벤치에서 각자의 역할이 있다.
'국민거포' 박병호( 삼성 라이온즈)도 마잔가지. TV 화면에 비치는 빈도가 줄었지만 벤치에서는 분주하다. 핵심 조언과 파이팅을 불어넣으며 후배들 선전을 독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최원태였다.
삼성은 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대2로 승리하며 1차전 승리팀 68.8%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을 잡았다.
으뜸 공신은 선발 최원태였다.
선발 6이닝 2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의 눈부신 호투로 SSG 랜더스 타선을 완벽하게 잠재웠다. 최고 149㎞의 포심 투심과 체인지업 슬라이더 4가지 구종을 고루 섞어 미처 감을 잡지 못한 랜더스 타선을 무력화 했다.
최원태는 5-0 리드 속에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다.
박진만 감독은 "올해 최고의 피칭이었다. 우리가 정말 필요로 했던 선발 투수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게 좋은 활약까지는 생각을 못했다"고 극찬했다.
박 감독이 꼽은 최고의 퍼포먼스는 공격적인 피칭을 통한 4사구 최소화.
박 감독은 "특히 볼넷이 1개 밖에 없었다는 부분이 고무적이었다. 시즌 때 힘들어했던 모습을 훌훌 털어냈다"며 박수를 보냈다. 또한 "강민호 포수도 리드를 너무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1차전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에는 워낙 타이트한 경기였다.
삼성은 이재현의 선두타자 홈런으로 당황한 화이트를 바로 끌어내리지 못했다. 1회초 무사 3루, 2회초 무사 1,2루 추가점 찬스를 잇달아 무산시켰다.
3회 김영웅의 2점 홈런과 4회 디아즈 김지찬의 적시타로 5-0을 만들 때까지 최원태는 부담감 없이 무안타 무실점으로 1차전을 지배했다.
놀라운 퍼포먼스였다. 최원태는 대표적 가을야구 울렁증의 주인공.
이전까지 가을야구에서 2이닝 이상 무실점으로 버틴 적도 없었다.
실로 놀라운 대단한 퍼포먼스 뒤에는 백전노장 두 선배의 역할이 있었다.
첫째는 배터리 호흡을 ?G춘 포수 강민호(40)였다.
그는 "오늘은 왠지 고개를 하나도 안 흔들더라. 그냥 볼을 안 던졌다. 일부러 더 공격적으로 유도했는데 잘 따라왔다"고 설명했다.
비결은 스피드 대신 제구였다.
강민호는 "많은 언론에서 이야기해서 좀 자존심의 스크래치를 받은 것 같지만 오늘의 포인트는 경기 전 '스피드 구속을 좀 줄이자'였다. 너무 힘으로 던지려고 하니 그냥 144㎞만 던지자고 했는데 초구가 딱 144㎞로 오길래 오늘 되겠구나 했다"고 포커스를 설명했다.
최원태의 증언도 일치한다.
그는 "민호 형이 147㎞를 넘기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 제구가 안 되니까, 계속 그래서 초구 투구하기 전까지 스트라이크 던지고 코너에 집중을 했는데 그게 잘 맞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한 명의 도우미 선배가 있었다. '국민거포' 박병호였다.
이날 선발 출전하지 않은 채 벤치를 지킨 박병호는 최원태가 이닝을 마치고 벤치로 돌아올 때마다 좋은 말로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켰다.
최원태는 "병호 형은 어제 사우나에서 '흔들리더라도 단순하게 생각하고 하나만 집중하라'고 조언했다며 "이닝이 바뀔 때마다 같은 얘기를 해주셨다. 큰 도움이 됐다"며 감사함을 표현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을 벤치에 앉혀두는 이유. 여러가지가 있다.
강민호와 박병호가 제대로 보여줬다. 그 결과는 천금 같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로 돌아왔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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