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1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한화 이글스 좌완 불펜 김범수가 가을야구까지 팀을 살리며 FA 시장 가치를 더 끌어올렸다.
김범수는 18일 대전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 1차전 9-8로 쫓긴 9회초 1사 1루 위기에 구원 등판했다. 9회 먼저 등판했던 한화 마무리투수 김서현이 홈런과 장타를 허용해 2실점한 직후였다. 한 점만 더 내주면 삼성으로 완전히 분위기가 넘어갈 위기.
김범수는 담대하게 김지찬을 1루수 땅볼, 김성윤을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경기를 끝냈다. 데뷔 첫 포스트시즌 세이브였다.
김범수는 북일고를 졸업하고 2015년 1차지명으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특급 유망주였다. 왼손 파이어볼러로 기대를 모았으나 늘 제구가 말썽이라 애를 먹었다. 그럼에도 1군에서 꾸준히 기회를 얻을 정도로 잠재력은 충분했다.
김범수는 프로 11년차가 된 올해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정규시즌 73경기에서 2승1패, 2세이브, 6홀드, 48이닝, 평균자책점 2.25로 활약했다. 왼손 스페셜리스트 임무를 충실히 해내면서 한화가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플레이오프 1차전을 마친 뒤 "(김)범수가 오늘(18일) 큰 일을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범수는 시즌 뒤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다. 1년 전만 해도 김범수가 FA 시장에서 좋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상상한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통산 89세이브 82홀드를 자랑하는 KIA 타이거즈 조상우가 최대어로 꼽혔고, 두산 베어스 이영하와 최원준 등이 커리어로는 김범수를 압도했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면 김범수 영입전이 펼쳐질 듯하다. 불펜이 급한 KIA의 타깃이 될 수 있다. KIA는 올해 불펜 평균자책점 5.22로 9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통합 우승팀이 1년 만에 8위로 추락한 배경에 약한 불펜이 꼽힌다.
특히 KIA는 올해 왼손 불펜이 부족해 애를 먹었다. 필승조로 낙점했던 곽도규가 개막 직후 팔꿈치 수술을 받아 내년 전반기까지도 복귀가 쉽지 않다. 최지민은 제구 난조 속에 66경기에서 2승4패, 53⅓이닝, 평균자책점 6.58에 그쳤다. 왼손 불펜 추가 확보를 고민할 만하다.
KIA는 내부 FA 조상우가 이탈할 경우 더더욱 불펜 보강이 필요하다. 조상우는 KIA의 우승 승부수라는 타이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72경기, 6승6패, 1세이브, 28홀드, 60이닝, 평균자책점 3.90을 기록했다. 조상우가 아무리 기대에 못 미쳤어도 전상현, 정해영, 성영탁 정도를 빼면 필승조라 부를 만한 투수가 없었다. 60이닝을 던진 투수가 빠진 자리를 채우려면 FA든 트레이드든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보강이 이뤄져야 한다.
김범수는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충분히 보여줬다. 포스트시즌 진출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가을 무대에서 단 한번도 실점한 적이 없다. 2018년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 등판해 3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올해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4⅓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이대로면 김범수가 예상치 못했던 불펜 대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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