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상암벌에 등장한 기성용(36·포항 스틸러스)은 원정팀 라커룸에서 경기를 준비했다. 축구화 끈을 질끈 묶고, 포항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섰다.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FC서울과 포항의 맞대결은 새로운 이름의 더비로 불렸다. '기성용 더비', 올여름을 강타한 이적 드라마의 주인공들이었다. 기성용은 올 여름 서울과 이별을 택했다. 서울이 김기동 감독 체제에서 변화를 택하며, 기성용은 경기 출전을 위해 떠났다. 박태하 감독의 부름과 함께 포항행을 결정했다. 서울의 레전드였던 선수의 파격적인 이적 결정이었기에 모두의 관심을 모았다.
기성용은 포항에 빠르게 적응했고, 젊은 선수들에게 멘토로서, 다른 선수들에게도 고참으로서 선수단에 영향을 끼쳤다. 박 감독 또한 "젊은 선수들에게도 다가가서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해준다. 선수가 힘을 낼 수 있는 경험담을 말해주며 팀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팀도 상승세다. 포항은 기성용 합류 후 치른 14경기에서 8승1무5패다. 4년 연속 파이널A를 확정하며, 2위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항 이적 후 11번째로 출전하는 경기, 기성용은 '친정팀' 서울을 마주했다. 난생 처음 상암에서 원정팀 라커룸을 사용한 기성용은 경기에 온전히 집중했다. 전반 28분 날카로운 크로스로 이호재의 선제골을 도왔다. 기성용은 이호재의 헤더가 서울 골망을 출렁이자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포항은 조영욱에게 실점 이후 주닝요의 결승골이 터지며 2대1로 승리했다.
경기 후 기성용은 수훈 선수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승리 소감 이후 "서울이라는 팀은 나에게 특별한 팀이다"라고 운을 뗀 그는 "어린 시절부터 상암에서 꿈을 키웠다. 대표팀도, 서울에서도 홈 라커룸을 썼다. 처음 원정 라커룸을 쓰는 기분이 묘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베테랑으로서 경기에는 감정은 뒤로 밀어둔 채 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금 더 냉정해지고, 내 이익보다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준비했다. 경기 전부터 많은 관심과 기대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냉정해지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기성용은 종료 휘슬이 울린 후 서울 홈팬들에게 다가가 직접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기자회견에서도 서울 팬들에게는 고마움을 표했다. 기성용은 "나의 마음을 누구도 헤아릴 수 없다. 오랜 시간 이 팀에서 사랑받았다. 서울 팬들은 나에게 정말 소중하다. 팀이 힘들고 어려울 때 많은 응원을 보내줬다. 개인적인 감정을 내려놓자고 했지만, 인간이라 복잡한 마음이 있었다. 경기가 끝난 후 당연히 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기자회견 후 기성용이 경기장을 떠나는 와중에도 일부 서울 팬들은 그를 배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경기장 밖으로 향하는 통로에서 대기하던 팬들은 가벼운 인사 후 떠나는 그를 향해 이름을 부르고, 사진을 남겼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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