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굉장히 중요한 경기에서 팀이 모두 하나가 돼 승리할 수 있어서 기쁘다." '백전노장' 이청용(37·울산)의 이야기다. 그는 이어 "우리 팀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누가 더 진실된지는 나중에 알게될 것이다. 우리는 이 팀에 남아있는 선수다. 남은 경기들이 있기 때문에 부끄러운 목표를 달성한 다음에 말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중유골'이다.
울산 HD의 공방은 끝나지 않았다. 선수단 입장에선 멈출 수도 없다. 떠난 신태용 감독의 후폭풍이 거세다. 그는 65일 만에 퇴진했다. 누가 뭐래도 울산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13년 만에 돌아온 K리그1에서 거둔 승리는 단 1승에 그쳤다. 울산 데뷔전에서 승점 3점을 챙겼을 뿐이다. 그리고 7경기 연속 무승의 늪(3무4패)에 빠졌다. 때론 침묵이 필요할 때가 있다. 신 감독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 억울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시즌이 끝난 후 해도 늦지 않다.
하지만 그는 여러 루트를 통해 떠난 팀을 향해 돌을 던졌다. 절체절명의 울산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논란은 논란만 낳을 뿐이다. 이유야 어떻든 어느 감독이 전장에 나서면서 골프채를 원정 버스에 실을까? 선수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칼자루는 감독이 쥐고 있다. 소위 말해 '갑'이다. 그것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지도자 자격이 없다. 신 감독은 1, 2년차가 아니다. 감독이란 타이틀을 단 지 17년 가까이 됐다. 울산의 베테랑들은 대부분 그가 올림픽대표팀과 A대표팀을 지휘할 때 함께했던 제자들이다. 그의 '릴레이 폭탄 인터뷰'는 '누워서 침 뱉기'였다. 뒤늦게 SNS를 통해 팬들에게 올린 '사과의 글'은 감동도, 미련도, 연민도 없었다.
울산이 신 감독이 떠난 후 가진 첫 경기에서 지긋지긋한 '무승 사슬'을 끊어냈다. 울산은 18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33라운드'에서 광주FC를 2대0으로 꺾었다. K리그1 8경기 만의 미소였다. 10위에서도 일단 탈출했다. 승점 40점을 기록한 울산은 수원FC를 10위(승점 38)로 밀어내고 9위에 위치했다. 정규 라운드가 모두 막을 내렸다. 울산은 이미 7~12위가 포진한 파이널B행이 확정됐다.
이제 5라운드가 더 남았다. 9위는 잔류 마지노선이다. 생존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수원FC가 여전히 사정권에 있다. 7위 FC안양과 8위 광주의 승점은 나란히 42점이다. 미래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청용은 골 세리머니로 '무언의 시위'를 했다. 울산은 전반 20분 루빅손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이청용은 후반 10분 교체투입됐고, 추가시간인 57분 페널티킥으로 쐐기골을 작렬시켰다. 그는 골을 터트린 후 동료들과 함께 기뻐한 후 관중석을 향해 골프 스윙을 하고는 공의 궤적을 바라보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경기가 끝나고도 다시 한번 이 같은 '뒷풀이'를 했다.
울산은 신 감독의 저격에도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선수들도 입이 있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말할 때가 아니라고 한다. 이청용 뿐이 아니다. 주장단도 다음을 기약했다. 경기 후 눈물을 흘린 '캡틴' 김영권은 "지금은 무언가 말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1부 잔류라는 아쉬운 목표를 달성한 후에 뭔가 말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가장 좋겠다고 생각한다. 모든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구단과도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조금만 기다려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부주장' 조현우도 "나도 똑같은 생각이다. 여기 남아 있는 선수들이 해야 될 것들이 있다.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시즌 끝나고 더 할 수 있는 말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남은 자들은 입을 닫은 채 분투하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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