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천만감독의 첫 시리즈…"젊은 배우들 모든 것 쏟아부어, 저도 마음껏 요리"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저한테 제일 숙제는 시간이었어요. 영화는 3∼4개월에 걸쳐 2시간짜리를 찍었다면, 이번에는 8∼9개월 동안 9시간짜리를 찍어야 해서 시간이 부족했거든요. 답이 없는 숙제였던 것 같아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탁류'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은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첫 드라마 연출 소감을 털어놨다.
추 감독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로 1천232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천만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최근에도 '행복의 나라', '7년의 밤' 등을 내놓은 충무로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안방 시청자들을 만났다.
콘텐츠 길이만 길어졌을 뿐, 밀도는 여전히 촘촘하다. 왈패와 일꾼, 상단 등 조선시대 하층민의 삶에 초점을 맞춰 현실에 발붙인 이야기를 만들었다.
추 감독은 "많은 사극이 귀족, 양반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민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제가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를 좋아해서 ('탁류'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촬영할 때 컴퓨터그래픽(CG)을 최소화하고 경북 상주에 나루터를 직접 지어서 현실감을 더했다.
그는 "CG 팀은 나루터를 육지에 짓고 물은 나중에 CG 작업을 하자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사실감이 많이 떨어질 것 같았다"며 "나루터를 짓고 장마 때에는 걷었다가 다시 설치해가며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엄청난 소신을 가지고 CG를 최소화한 것은 아니라며 "제가 아날로그에 익숙한 세대다 보니 편하고 익숙하고 좋아 보이는 것을 한 것뿐"이라고 했다.
'탁류'의 주연은 로운(본명 김석우), 신예은, 박서함이다.
청춘 배우로 얼굴이 알려졌지만, 인기 최정상의 배우라고 하기는 어려운 이들이다.
추 감독은 "그간 영화를 만들면서 연기를 아주 잘하는 중장년 배우들과 작업을 많이 했는데, 시험 삼아 푸릇푸릇한 젊은 배우와 한 번 작업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는 소위 100억원대가 넘을 때 톱배우를 캐스팅해야 투자도 받고 홍보도 할 수 있지만, 드라마는 그렇지 않더라도 가능한 지점이 있더라"며 "그게 드라마의 큰 장점"이라고도 짚었다.
이렇게 원석에 가까운 배우들을 캐스팅해서 세세한 연출로 다듬어냈다.
추 감독은 "로운은 아이돌 출신이고, 잘생긴 배우라서 연기를 잘 못하지 않을까 솔직히 조금 무시했던 것 같다"며 "그런데 이 친구를 감정에 빠지게 해주니 누구 못지않게 좋은 연기가 나오더라"고 돌이켰다.
특히 극 중 장시율(로운 분)과 왕해(김동원)가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인 이후의 장면은 한 번에 촬영을 마쳤다고 했다.
그는 "시율이 왕해와 싸우고 나서 웃는 장면을 한 번에 '오케이'를 냈다"며 "제가 한 번에 '오케이'를 잘 안 내는데, 로운이 그때 몸에서 마지막 땀 한 방울까지 다 뺀 것 같았다. 쉽지 않은 일인데 놀랐다"고 언급했다.
추 감독은 "젊다는 힘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며 "(로운·신예은·박서함) 세 배우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형국이라서 너무 좋은 재료라고 생각했고, 저도 마음껏 요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루터 일꾼들과 왈패들이 주로 나오다 보니 인물들이 흙먼지와 땀, 땟국물로 얼룩진 모습이 주로 화면에 잡혔다. 이 덕분에 생생한 조선시대 하층민의 모습이 엿보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는 "보통 분장보다 2∼3배 어둡게 했다"며 "처음에는 분장 테스트 후에 걱정이 많았지만, '이 시대 피부색은 이랬을 것 같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제작진들이 '한 번쯤은 배우들 씻거나 수염을 깎고 나오게 하자'고 하기도 했다"며 "대본에 그럴만한 장면이 없어서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고 웃었다.
시즌2 제작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뒷이야기를 준비한 것은 없어요. 주인공이 죽지는 않았으니 조금의 여지나 여운은 남겼으면 했을 뿐입니다. 사실 시즌2는 저 혼자 결정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죠. 박지환 배우가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아지고, 로운 배우가 할리우드에 가면 못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하하."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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