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 각색한 국립국악원 무용극…강강술래로 '4인 4색' 사랑 표현
국악원 무용단원들 연기 도전…내달 14∼16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향단의 이름 중 '단'은 '붉은 단(丹)'이라고 합니다. 그의 붉고 간절한 사랑을 무대 위에서 그려보겠습니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이 '춘향전'을 춘향의 몸종인 향단의 시각으로 각색한 무용극 '춘향단전'을 다음 달 14∼16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선보인다.
'춘향단전'은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던 향단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몽룡을 사랑하게 된 향단이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집착하며 광기로 무너지는 모습을 그렸다. 춘향을 향한 몽룡의 일편단심과 향단의 왜곡된 사랑이 맞물리면서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연출을 맡은 김충한 국립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은 22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사랑을 받지 못하는 향단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상처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김 감독은 이어 "춘향전은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서사를 가진 작품"이라며 "이 같은 작품의 변형과 개방이 있어도 시대를 막론하고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갖췄다"고 덧붙였다.
향단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지만 춘향과 몽룡의 지고지순한 사랑이라는 원작 콘셉트는 그대로 유지한다. 춘향과 몽룡의 캐릭터 변화를 통해 향단의 극단적 선택에 설득력을 부여할 수 있었지만, 원작을 훼손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김 감독은 "국립국악원답게 전통성을 지키고 원전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고 싶었다"며 "심오하게 원전을 바꾸기보다는 조금 다르게 해석되는 정도로 각색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연에서는 강강술래를 모티브로 한 군무를 눈여겨봐달라고 제안했다. 향단을 비롯해 춘향, 몽룡, 학도 네 인물이 품은 사랑의 마음을 춤으로 표현한 장면이다. 김 감독은 "강강술래라는 춤이 가진 원심력의 에너지를 네 명의 캐릭터에 집어넣은 장면"이라며 "무용수들이 돌면서 추는 춤을 통해 사랑이 휘몰아치는 감정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무용을 전공한 국립국악원 무용단 단원들이 무대 연기에 나서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무용극 특성상 직접 대사를 하지는 않지만, 표정과 동작으로 작품의 서사를 이어가야 해 연기 경험이 없는 단원들에게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몽룡 역을 맡은 김서량 수석단원은 "대사가 없이 몸으로만 상황을 표현해야 해 많이 고민하면서 연기 연습을 하고 있다"며 "발과 팔의 모양, 허리 위치 하나하나 신경을 쓰면서 어떤 식으로 연기할 때 관객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지 연구하며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공연 개막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연습 결과에 따라 일부 출연진에게는 대사도 부여할 생각이라고 한다.
김 감독은 "무용극은 대사 없이 몸으로 다 얘기해야 하는데, 관객의 이해를 돕고자 노래 두 곡을 집어넣어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극적으로 표현하려 한다"며 "춘향 역의 연습에 따라 대사 연기도 추가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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