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음식 평론가의 중국요리 탐험기…신간 '웍과 칼'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중화요리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한 음식 중 하나다. 인구밀도 높은 중국에서 세계로 퍼져나간 화교들 덕택에 오래전부터 서구인들도 맛봤다. 그들은 싸고 자극적인 맛 덕택에 금세 매력에 빠졌다. 2001년 마캣인텔리전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음식은 중식이었고, 영국 가정의 65%는 웍을 지니고 있었다.
미국에서도 중식은 흔하다. 21세기 초 미국에는 4만 곳의 중식당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대표 음식 맥도널드, 버거킹, KFC의 점포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다. 중화요리는 이제 애플파이보다 더 미국적인 음식이 됐다.
그러나 중국 음식에 대한 반발도 적잖았다. '정크푸드'로 취급받기 일쑤였고, "정체불명의 소스로 식재료를 감춘다", "아무 고기나 다 먹는다"는 중국인 자체에 대한 인식도 비호감을 부채질했다. 대중매체에서 보이는 '차이나타운'에 대한 부정적 묘사도 중화요리의 부정적인 면을 키웠다. 차이나타운은 부정과 아편과 범죄가 우글거리는 곳으로 그려지곤 했다.
요리사이자 음식 평론가인 영국인 퓨샤 던롭은 신간 '웍과 칼'(글항아리)에서 이 같은 중국 음식에 대한 평가를 '편견'이라고 단언한다. 오히려 "칼질, 요리법, 풍미, 커우간(mouthfeel·식감)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중화요리의 절묘함은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책에 따르면 중국은 예로부터 요리를 문명의 도구라고 생각했다. 식재료를 삶고, 찌고, 튀기고, 볶고, 조려서 먹었다. 특히 두 가지 이상의 재료를 비슷한 모양으로 썰어 함께 조리했다. 한정된 식재료를 다양한 방식으로 썰어 조합하면, 마치 로또 번호처럼 거의 무한한 조합을 만들 수 있었다. 부엌에서 웍을 다루는 요리사는 바둑판을 바라보며 묘수를 생각하는 바둑기사처럼, 다양한 경우의 수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음식을 요리했다. 현대 중국의 위대한 산문 작가인 린위탕(임어당·林語堂)은 "중화요리의 조리법은 전적으로 어떻게 섞느냐의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온 수많은 음식을 맛보고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선 무수한 시간이 필요했다. 중국에선 "미식가가 나오려면 삼대(三代)를 거쳐야 한다"는 말이 회자할 정도였다.
어린 시절부터 고향 영국에서 중식을 먹곤 했던 저자는 중국 유학길에 올라 결국 요식업에 종사하게 됐다. 특별한 식재료와 음식들을 맛보며 "중화요리의 무한한 변주"를 체험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론과 묘사와 전설과 조리법이 현장에서, 입안에서, 혀 위에서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직접 경험했다. 마치 무술인이나 연주자가 연습을 통해 실력을 쌓는 것처럼, 저자는 맛보고, 또 맛보며 "식도락 능력"을 키웠다.
책은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중국 요리의 가장 기본이 되는 흰 쌀밥부터 차슈 돼지고기, 쑹부인의 생선국, 여주 돼지갈비탕, 순채 농어탕, 마파두부, 동파육, 마른 장어볶음, 새우볶음 등 다양한 중화요리를 소개한다.
이런 명품 중화요리의 핵심은 음식에 공을 들이는 태도와 마음가짐, 사물을 바라보는 통찰에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도덕경'을 쓴 노자는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고 말했는데, 이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나 작은 생선을 '완벽하게' 조리하는 것 모두 예리하고 신중한 통찰력을 요한다는 뜻이라고 저자는 풀이한다.
윤영수. 박경환 옮김. 552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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