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현대캐피탈 왔는데, 레오-신호진이 있더라. 적응하는데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1년만에 돌아온 한국 무대. 현대캐피탈 바야르사이한은 떨리는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바야르사이한은 2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진에어 2025~2026시즌 홈 개막전을 통해 현대캐피탈 데뷔전을 치렀다. 천안 홈팬들과도 첫 만남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앞선 컵대회에서는 선수 부족으로 기권했다. 때문에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도, 바야르사이한 본인도 실전 감각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었다.
3세트까진 우려가 맞아떨어지는듯 했다. KB손해보험의 비에나-야쿱-나경복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폭격에 차영석-이준영 등 미들블로커진의 압박까지 더해지며 세트스코어 1-2로 밀렸다.
하지만 3세트가 끝난 뒤 블랑 감독이 "이러려고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나? 이렇게 무너질 팀 아니다. 확실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달라"라며 모두를 독려했고, 4~5세트를 내리 따내며 디펜딩챔피언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이날 바야르사이한은 16득점으로 레오(25득점) 허수봉(23득점) 원투펀치의 뒤를 충실하게 받치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다만 사령탑의 시선은 냉정했다. 블랑 감독은 "바야르사이한에겐 좋은 경험이 될 경기다. 잘했는데, 앞으로 반복하지 말아야할 실수가 몇개 있었다. 본인도 알 것"이라며 "서브와 블로킹에서 좀더 효율적인 모습을 기대한다. 워낙 붙임성이 좋아 우리 팀의 구성원으로도 합격"이라고 평했다.
경기 후 만난 바야르사이한은 벅찬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긴장 많이 했다. 실수가 많았다. 강팀이고, 중요한 포지션이다보니 잘해야한다는 압박이 있다. 그래도 팀이 승리해 다행"이라며 미소지었다.
자신의 점수를 '50점'으로 평가했다. 그는 "연습 때보다 못했다. 자꾸 업다운이 됐다. 하면 안되는 범실이 안 좋은 습관처럼 나왔다"고 돌아봤다.
몽골 출신인 바야르사이한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고교 시절 한국으로 건너왔다. 하지만 귀화 규정이 변경되며 드래프트에 도전할 수 없었고, 뒤늦게 2023~2024시즌 아시아쿼터가 신설되며 OK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었지만 1시즌 만에 떠나야했다.
하지만 1년만에 다시 현대캐피탈의 선택을 받아 돌아왔다. 그는 "선수들과 금방 친해졌다. (OK저축은행 시절 함께 뛰었던)레오와 신호진도 있다"면서 활짝 웃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만큼 우리말이 능숙하고, 블랑 감독과 직접 소통할 만큼 영어도 익숙하다. 숙소인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 대해서도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기뻐했다.
"다른 선수들은 그냥 '레오'라고 부르던데, 난 '레오 형'이 좋다. 내가 어릴 때부터 레오 형이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구선수로 성장했고, 프로 데뷔시즌에 같은 팀에 있었다. '레오 형하고 같이 뛰면 좋겠다'는 마음이 항상 있었다. 내겐 특별한 선수다."
바야르사이한은 "레오 형하고 (허)수봉의 공격력이 좋으니까, 나는 블로킹과 수비에서 팀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상대팀 아포짓은 다들 외국인 선수, 아니면 아시아쿼터다. 경쟁심이 불타오른다. 나도 블로킹은 자신있다"며 스스로를 북돋았다.
그는 OK저축은행 시절에 비해 레오가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1년반 만에 다시 만났는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전보다 훨씬 진지한 태도로 훈련한다. 개인적인 회복 운동을 할 때도 집중력이 엄청나다. 한번더 우승을 하겠다는 간절함이 느껴진다."
OK저축은행에선 미들블로커였는데, 이번엔 아포짓이다. 절친 신호진과는 경쟁관계가 됐다. 바야르사이한은 "경쟁심이라기보단 신호진이 워낙 좋은 선수"라며 웃었다.
"첫 경기를 승리로 시작한 만큼 기분좋게 끝내고 싶다. 다치지 않고, 올해는 꼭 우승하고 싶다."
천안=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