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웨이트 트레이닝만 시킬 수는 없습니다."
27일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2025~2026 KOVO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 관심을 모았던 전체 1순위 지명에서 '고교 특급' 방강호가 '해외파 국대' 이우진을 제치고 한국전력의 선택을 받을 때만 해도 드래프트 특유의 축제 분위기였다.
하지만 2라운드 지명에서 지난 시즌 우승팀 현대캐피탈이 "패스"를 외치자 장내에 탄식이 흘렀다.
이날 프로팀의 선택을 받은 선수는 48명 중 총 18명. 그 중 4명은 수련선수였다. 취업률은 37.5%. 지난해 43.78%에 훨씬 못 미치는 역대 최저 기록이었다.
사실 이날 행사 전부터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현장을 찾은 한 관계자는 "2라운드에서 '줄패스'가 나올까 걱정"이라고 했다. 다행히(?) 패스를 외친 팀은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 두 팀에 그쳤다.
이우진, 방강호 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이 선수들을 제외하면 '역대급'으로 뽑을 선수가 없었다는 평가다. 특히 대학 선수들이 씨가 말랐다고 했다. 그러니 방강호를 포함해 이번 드래프트에 지원한 제천산업고 3총사가 다 뽑혔다. U-19 대표팀인 리베로 이학진도 2라운드 1순위로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었다. 심지어 현대캐피탈은 1라운드에 뽑은 단 한 명의 선수가 실업팀 부산시체육회 소속 장아성이었다. 지난해 충남대를 졸업하고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미지명 아픔을 겪었는데, 1년 만에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다른 팀도 아니고, 우승팀이자 구단 지원이 풍족한 현대캐피탈이 1명만 뽑고 드래프트를 철수한 게 충격적이었다. 이유는 있었다. 필립 블랑 감독은 "이미 우리 로스터에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들을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 자리가 없었다. 뽑아서 본 훈련도 참가하지 못하고, 웨이트 트레이닝만 하며 선수가 시간을 허비하는 걸 원치 않았다"고 했다.
그래도 선수 입장에서는 프로팀 입단이 꿈이다. 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게 너무 잔인한 처사일 수 있다. 블랑 감독은 이에 대해 "그 의견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지원자 모두가 프로 선수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드래프트에서 선발된다는 건, 그 선수와 나와의 합의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나는 뽑는 순간, 그 선수를 최고의 선수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합의가 되지 않으면 뽑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하면, 프로 레벨에서 뽑을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헤난 달 조토 신임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새로운 꿈을 찾아왔는데, 다 지명받지 못해 안타깝다. 우리도 더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게 안 됐다"고 했다. 대부분 구단이 비슷하다. 새롭게 선수를 뽑으려면, 기존 선수를 정리해야 한다. 뽑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방출되는 선수도 아픔을 겪는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한 곳인데, 선택을 받으려면 기존 선수보다 나은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1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선수를 지명한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은 "대학교 선수들이 취업을 못해 죄송한 마음이다. 우리도 필요한 선수가 있다면 뽑았을 것"이라며 선수풀의 문제를 에둘러 언급했다.
선수가 부족한 팀 사정상 3라운드까지 선수를 모두 선발한 OK저축은행 신영철 감독은 "배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선수들 기량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한국 배구를 위해서라도 엘리트 체육 시스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안타깝다. 협회나 연맹이 장기 플랜을 가지고 준비해줬으면 좋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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