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전북 현대와 광주FC의 '2025년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은 좋은 의미에선 축구팬들에게 축구만의 치열한 경쟁의 묘미를 선물했지만, 나쁜 의미에선 어린 축구팬에겐 딱히 보여주고 싶지 않은 'UFC' 같았다.
양팀은 우승이 걸린 이날 경기에서 전반 초반부터 '공은 놓쳐도 사람은 놓치지 않겠다'라는 마인드로 거친 바디체킹, 태클을 주고받았다. 박병진 주심은 총 14장(선수 12, 감독 2)의 옐로카드를 빼들었고, 이정효 광주 감독과 광주 수비수 조성권, 전북 공격수 이승우는 누적경고로 퇴장을 당했다. 연장전 포함 120분 경기에서 약 9.2분당 1장씩 노란 카드가 나왔다.
이 감독은 0-0 팽팽하던 전반 40분 스로인 소유권에 대해 주심에게 항의하다 경고받았다. 하지만 코치, 스태프들의 만류에도 항의를 이어가다 추가로 경고를 받았다. 퇴장 사유는 '공격적, 모욕적 또는 욕설적인 언어 또는 행동'이다. 이 감독은 추가 항의가 곧 추가 경고란 사실을 모를 리 없었을 텐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광주는 이 감독이 벤치를 떠나 관중석으로 향했고, 광주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전반 추가시간 2분 이동준에게 선제실점을 허용했다. 기선을 빼앗긴 광주는 후반 25분 프리드욘슨의 동점골로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가는 등 분전했지만, 연장전반 추가시간 1분 이승우에게 결승골을 헌납하며 구단 역사상 첫 우승의 기회를 놓쳤다. 현장에선 '경기가 워낙 팽팽했던 만큼 이정효 감독이 끝까지 지휘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도 있다'라는 말이 나왔다.
선수가 받은 12장의 경고 중 절반이 넘는 7건이 '반스포츠적 행위'에 따른 경고였다. 광주 헤이스, 주세종 변준수 조성권(2), 전북 연제운 이승우 등이 이같은 사유로 경고를 받았다. 조성권의 퇴장 장면과 이승우가 퇴장 이후에 보여준 행동은 축구팬 사이에서 많은 말을 낳았다. 조성권은 팀이 추격의 고삐를 당기던 연장전반 11분 공과 상관없이 이승우의 가슴을 어깨로 가격했다. 공을 두고 몸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정효 감독처럼 분을 참지 못해 팀에 마이너스가 되는 행동을 했다. 조성권은 경기 후 눈물을 흘렸다.
퇴장을 유도한 이승우는 연장전반 추가시간 1분 김태현의 그림같은 크로스를 골문 앞에서 감각적인 논스톱 슛으로 연결하며 결승골을 뽑았다. 팀이 숫적 우위를 안고 시작한 연장후반 1분, 이승우는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중볼을 다투던 권성윤의 가슴 부위를 어깨로 밀었다. 공중에서 충격을 받고 중심을 잃은 권성윤은 머리쪽으로 떨어졌다. 결국 앰뷸러스가 진입해 권성윤을 병원으로 긴급 후송했다. 심각한 부상이 우려되는 상황에 경기장엔 적막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승우는 권성윤의 상태를 살피는 동지애를 발휘하기도 했지만, 중계화면에 잡힌 웃는 듯한 모습과 광주 선수와의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퇴장 트리오' 이정효 감독, 조성권 이승우의 행동은 이해가 가지 않는 것 투성이었다. 박 주심의 경기 운용도 아쉬움 투성이었다. 바디체킹에 대한 판단이 그때그때 달랐다. 싸움을 붙인 꼴이었다. 양팀 기술지역엔 경기 내내 코치, 스태프들로 북적거렸지만, 주심과 대기심은 이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다. 거칠고,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3장의 퇴장과 여러 부상자가 나왔다.
50대50의 싸움에서 승리한 쪽은 조금 더 간절함을 보인 전북이었다. 전북은 이미 K리그1 우승을 확정 지은 상태에서도 더블에 대한 의지로 동기부여를 잃지 않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전북을 떠날 것으로 보이는 거스 포옛 감독은 경기 전 비디오 미팅에서 전북의 지난 1년간의 과정이 담긴 5분짜리 영상으로 선수들의 마음을 자극했다. 선수들은 인종차별 행위로 5경기 출장정지를 받은 뒤 올 시즌을 끝으로 사임하기로 한 타노스 코치에게 우승을 선물하기 위해 한 발 더 뛰었다. 이동준이 선제골을 넣은 이후엔 이날 퇴장 징계로 결장한 포옛 감독을 대신해 팀을 지휘한 타노스 코치 앞에 모여 90도 폴더 인사를 건넸다. 정조국 전북 코치는 "이것이 바로 전북이 우승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전북은 이번 우승으로 2020년 이후 5년만에 구단 통산 두 번째 더블을 달성했고, 2022년 이후 3년만의 코리아컵 우승으로 포항 스틸러스와 최다 우승(6회) 동률을 이뤘다. 2025년은 '전북 천하'였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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