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우승은 '운'도 따라야 한다. 매번 정상에 오르면 더할 나위 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다만 명문 구단의 척도는 있다. 기복없이 꾸준히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하느냐가 기준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빅4'를 운운하는 것은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에 방점이 찍혀있다.
울산 HD는 2024년, 3년 연속 K리그1(1부)을 제패하며 '왕조의 문'을 열었다. 2025년 한 발 더 나아가 '더블'을 목표로 내걸었다. K리그는 물론 코리아컵까지 제패하겠다는 당찬 포부였다. 하지만 '헛물켜기'로 자멸했다. K리그1에선 1위에서 9위(승점 44·11승11무16패)로 급추락했다. '잔류 당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울산은 파이널라운드에서 1승1무3패에 그쳤다. 2부로 강등된 수원FC(승점 42·11승9무18패)가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면서 '천운'이 따랐다. 만약 울산이 승강 플레이오프(PO)로 떨어졌을 경우 수원FC처럼 강등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허투루 나온 분석이 아니다. 그만큼 팀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결국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도 분위기는 이어졌다. 2025년 최후의 일전에서도 '희망'은 없었다. 울산은 9일 원정에서 열린 마치다 젤비아(일본)와의 리그 스테이지 6차전서 1대3으로 완패했다. ACLE는 동·서아시아 8위까지 16강 티켓이 돌아간다. 현재의 위치는 커트라인인 8위(승점 8·2승2무2패)다. 이번 겨울 팀을 재건하지 못하면 2년 연속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할 수 있다.
울산이 하루아침에 길을 잃은 이유는 그만큼 구조가 허약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명색이 프로구단이다. 프로이기를 포기한 아마추어 행정이든, 선수단이든 수술이 불가피하다. 울산이 올해 '3류 구단'으로 몰락한 첫 번째 이유는 스카우트 시스템의 붕괴다. 급격한 변화는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무늬만 울산인 선수들이 태반이다. 프로는 책임이다. '과'에 대해선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시즌 중 감독을 두 명이나 교체한 것도 되짚어봐야 한다. '우승 사령탑'인 김판곤 감독을 무턱대고 경질한 것은 불행의 시작이었다. 오로지 수뇌부의 뜻으로 신태용 감독을 선임한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오판이었다. 현실에 귀닫은 '무지'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결국 '또 경질'이라는 폐단을 낳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최근 신 감독의 선수 폭행 논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울산은 팬들을 위해서도 가감없이 그 경위를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을 수 있다.
차기 감독 선임도 빠를수록 좋다. 다만 철학이 명확해야 한다. 이름값은 버려야 한다. 공부하지 않는 지도자도 지워야 한다. 울산이라는 '거대한 팀'을 움직일 수 있는 카리스마는 필수다. 국내 사령탑 가운데 해법을 찾지 못할 경우 외국인 감독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일본 출신 감독 가운데 대안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J리그는 K리그보다 훨씬 앞서있다. 부인할 수 없다.
프런트도 쇄신해야 한다. 울산은 창단한 지 40년이 훌쩍 흘렀지만 '지방 구단'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문성이 떨어지는 직원들이 곳곳에 배치돼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프로구단은 선수단, 프런트, 팬이 '삼위일체'가 돼야 빛을 본다. 현재의 인적 구성으로는 미래가 없다.
울산은 뼈를 깎는 고통이 절실하다. 더 이상 좌고우면할 여유가 없다.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신임 대표가 최근 선임된만큼 강도높은 '개혁의 칼날'을 꺼내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거다'식이면 내년에는 더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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