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제시 린가드의 동갑내기 팀 동료 김진수(이상 33·FC서울)는 절친을 눈물로 떠나보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전북 현대를 떠나 서울에 입단한 김진수는 1년간 '주장' 린가드와 동고동락하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쌓았다. 지난달 방영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린가드편에는 김진수가 출연해 '찐케미'를 과시하기도 했다. '절친'과 강제이별해야 하는 이의 슬픔은 감히 헤아리기 어렵다.
김진수는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멜버른 시티(호주)와의 2025~2026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6차전 홈 경기를 마치고 한 인터뷰에서 이날 서울 고별전을 치른 린가드에 대해 "오늘 경기 전 호텔에서 따로 만나서 제시에게 선물을 줬다. 서로 울면서 대화를 나눴다"라고 말했다.
등번호 10번과 린가드의 이름을 마킹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선물했다는 김진수는 "제시는 좋은 선수이자 좋은 사람이었다. 주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퍼뜨려 나 역시 감사하게 생각한다. 서로 어디에 있든 응원하겠다라고 얘길 했다"라고 말했다.
'린가드 삼촌'이 떠난다는 소식에 김진수의 어린 딸도 눈물을 흘렸다. 김진수는 "제시가 떠난다고 하니 내 딸이 '(제시 삼촌)왜 가냐며' 막 울었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게 '제시 삼촌도 딸이 있으니 이제 집으로 가야해'라고 달랬다"라고 말했다.
애초 2+1 계약을 맺은 린가드는 구단이 1년 옵션을 발동할 경우 2026시즌에도 서울에서 뛸 수 있었다. 하지만 암흑기를 딛고 서울에서 다시 일어선 린가드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구단측에 전달했고, 서울 구단은 대승적 차원에서 린가드와 이별을 받아들였다.
김진수는 '린가드를 붙잡고 싶진 않았나'라는 질문엔 "그런 농담을 하긴 했지만, 내가 말한다고 될 건 아닌 것 같았다. 제시가 말이라도 '같이 뛰어서 행복했다'라고 얘기를 해줘서 나 역시 따뜻하게 마무리를 했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서울은 멜버른전에서 전반 31분 린가드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으나, 후반 29분 가나모리 다케시의 동점골로 1대1로 비겼다. 김진수는 "우리가 1년 내내 경기를 잘하고도 득점을 하지 못하거나, 우리 실수로 실점을 쉽게 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런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린가드를 위해서라도 이기고 싶었는데 아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가까이에서 본 린가드는 어떤 주장이었을까. 김진수는 "새로운 타입의 주장"이라고 정의했다. "나도 외국에서 선수 생활을 해봐서 알지만, 언어, 문화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린가드는 항상 웃으면서 선수를 이끌려고 했고, 훈련장에서 패스 게임을 하더라도 지기 싫어하는 모습, 한국에서 볼 수 없던 모습을 보였다. 새로운 리더십이라고 난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부주장으로서)옆에서 주장 린가드를 도와주려고 많이 노력했다. 내가 중점적으로 노력한 건 제시의 어떤 의견이든 토를 달지 않는 거였다. 그 친구의 의견이 좋든 싫든간에 일단 따라야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2025시즌은 K리그1 6위라는 성적과 함께 아쉬움 속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김진수는 전체적으로 부진한 서울 선수 중 몇 안 되게 빛났다.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 차이를 만드는 왼발로 서울의 왼쪽 측면을 든든히 지켰다. 역대 어느 시즌보다 많은 경기(37)를 뛰었고, 많은 공격포인트(2골 8도움)를 남겼다.
김진수는 "개인적으론 부상 없이 커리어 하이를 찍었기 때문에 만족스럽다. 경기에 많이 뛰자는 생각이었는데, 그게 잘 이뤄졌다. 김기동 감독님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내가 이 팀을 위해 도울 수 있는 건 최대한 돕고 싶었는데, 그게 잘 됐는지는 모르겠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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