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한국 축구 전설' 쎄오 서정원 감독(55)이 박수받으며 청두를 떠난다.
2021년 중국 클럽 청두 룽청 사령탑을 맡아 올해까지 4년간 팀을 성공적으로 이끈 서 감독과 청두 구단은 17일부로 계약 해지 절차를 매듭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두 구단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서 감독은 2024년 중국슈퍼리그(CSL)에서 4위 안에 들어 다음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을 거머쥘 경우 자동으로 3년 연장 옵션을 체결하기로 돼 있었다. 애초 계약이 3+3년(성과 옵션)이었다. 팀에 남았다면 향후 3년간 연봉 포함 600만달러 이상을 벌 수 있었지만, 서 감독은 눈앞의 거액을 포기하고 '아름다운 이별'을 택했다. 청두는 구단의 최전성기를 이끈 서 감독의 공로를 인정해 내주 청두에서 환송식을 거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신분인 한국인 감독이 중국 무대에서 박수받으며 떠나는 건 드문 케이스다.
서 감독이 이별을 택한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청두는 지난시즌 개막 후 1년 가까이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안일한 태도로 일관했다. 계약서에 담긴 내용이 서 감독에게 불리한 쪽으로 계속 바뀌었다고 한다. 시즌 중인 7월엔 한 구단 고위 임원이 선수단 전원이 모인 회의에서 서 감독의 리더십을 비판하며 망신을 줬다. 참다못한 서 감독은 결국 7월 텐진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구단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그는 "구단은 겨울 이후 우리 코치진을 신뢰하지 않았다. 의료진과 통역관을 해고했다. 후반기 3개 대회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구단은 선수 영입에 대해 나와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는다"라고 폭로했다. 이후 구단 수뇌부와 면담을 통해 시즌 중 사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구단과의 관계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구단의 특정 관계자가 다음시즌 서 감독과 동행을 원치 않는다는 소문이 퍼진 상황에서 '서 감독이 무리한 연봉 요구를 한다'라는 식의 현지 보도가 나왔다. 상대팀뿐 아니라 '억까'와도 싸워야 했던 셈이다.
그런 와중에 2년 연속 구단 최고 성적인 리그 3위를 이끌며 ACL 티켓을 또 선물했다. 서 감독은 청두 부임 첫해인 2021년 갑급리그(2부)에 머물던 청두를 CSL로 1년만에 승격시켰고, 2022년 CSL에서 깜짝 5위를 차지하며 중국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2023년 4위, 2024년 3위로 매년 한 계단씩 점프했다. 서 감독은 2018년 창단한 청두가 리그를 대표하는 팀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했다. 김형일 하대성 정인환 신승민 등 한국인 스태프와 펠리페, 호물로, 티모 등 K리그 출신 외인들이 힘을 보탰다. 구단 유스 출신 풀백 후허타오는 서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국가대표급으로 성장했다. 서정원이란 이름은 2000만 이상의 인구를 자랑하는 대도시 청두에서 하나의 '신화'로 자리잡았다.
4년 사이에 중국 내 인지도도 부쩍 높아졌다. 한 중국 축구 관계자에 따르면, 서 감독은 중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공식 후보였다. 중국축구협회는 11월 최종적으로 중국 출신 샤오자이 감독을 선임했다. 서 감독은 이번 겨울 K리그 복귀설이 제기되지만, 현재로선 서 감독의 가치를 인정하는 중국에서 지도자 경력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CSL 빅클럽 한 곳이 서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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