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장항준 감독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통해 첫 사극 연출에 도전한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제작보고회가 19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배우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 전미도와 장항준 감독이 참석했다.
2026년 2월 4일 개봉하는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기억의 밤', '리바운드' 등을 연출한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왕과 사는 남자'는 한국영화 최초로 단종의 숨겨진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장 감독은 "사실 처음 작품 제안을 받고 많이 망설여졌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영화계 사정이 그렇게 좋지 않았고 '사극'이란 특수성 때문에 고민이 됐다"며 "근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단종'이 다뤄져 본 적이 없더라. 이건 한 번 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집(김은희 작가)에 이야기를 했더니, 하라고 하더라(웃음). 명이 내려왔고, 그분이 촉이 좋다. 원래 잘 나가는 사람의 말을 듣게 되지 않나. 기왕 하는 거 신선한 캐스팅을 꾸려서 잘 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점집에 안 가고, (김은희 작가에) 물어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배우들의 연기 변신에도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광천골 촌장 엄흥도를 연기한 유해진은 "익히 알고 있던 역사 속 단종의 이야기만은 아니다"라며 "역사책에는 그가 유배를 가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까지는 담겨 있지 않다. '왕과 사는 남자'에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이어 단종을 연기한 박지훈에 대해 "너무 고맙다. 지금도 뭉클한데, 박지훈이 저에게 영향을 준 게 상당히 크다. 어쩔 때는 안쓰럽기도 하고, 동정심이 느껴지기도 했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하면 할수록 박지훈이 단종이어서 제가 그런 연기를 펼칠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극찬했다.
박지훈은 조선 6대 왕 단종 이홍위 역을 맡아,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그는 "단종이 역사적으로도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보니, 대본을 보면서 순수하게 접근하려고 했다"며 "많은 걸 생각하려고 하기보단, 어린 선왕이 느낀 공허함과 무기력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이어 작품 준비 과정을 떠올리며 "감독님과 수도 없이 리딩을 많이 했다"며 "캐릭터의 톤이라던지 말투나 자세 등에 대해 상의하면서, 하나하나씩 틀을 잡아갔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유해진과 박지훈 캐스팅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저도 그렇고, 제작진도 엄흥도 역할은 오로지 유해진 씨밖에 안 떠올랐다. 유해진 씨는 인간적이고 내추럴한 연기를 보여주지 않나. 연기에 깊이까지 있다. 그래서 유해진 씨는 저희에게 첫 번째였고, 가장 중요한 배우였다. 박지훈 씨는 원래 잘 몰랐는데, 누가 '약한영웅 Class1'을 보라고 하더라. 딱 연시은을 연기하는 박지훈 씨를 보고, 단종이 떠올랐다. 마냥 나약하지 않고, 눈빛에서 내공의 힘이 느껴져서 연락을 했는데, 너무 살이 찐 상태로 나타나서 깜짝 놀랐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박지훈은 "단종을 연기하기 위해 15㎏를 감량했다"며 "어린 선왕의 무기력함을 외적으로 표현하고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덧붙였다.
당대 최고의 권력자 한명회로 분한 유지태는 "감독님과 제작진을 만났을 때 기존과 다른 한명회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셨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한명회만의 굵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며 "이전에 알려진 한명회는 비주얼적으로 나약해 보였다면, 이번엔 풍채도 크고 멋진 분위기로 여성들에게 매력을 어필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궁녀 매화로 변신한 전미도는 "매화는 궁여들이 단종의 유배를 갈 때 함께 따라 나섰다는 기록이 있다"며 "매화는 호위무사는 아니지만, 궁녀들을 대표하는 인물인 것 같았다. 어쨌든 본인이 자처해서 유배를 따라갔다는 자체만으로도 목숨을 걸고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끝으로 장항준 감독은 "2025년 봄에 배우들과 많은 스태프들과 영월에서 합숙을 하며 영화를 찍었다"며 "그 과정을 돌이켜보니 이분들이 자기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저와 함께 해준 거에 감사하다. 저한텐 잊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디 이 영화가 좋은 성적이 나와서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함을 내비쳤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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