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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학력제X주중경기 금지X체육특기자" 체육인VS전 스포츠혁신위원들,뜨거웠던 첫 맞짱 토론의 의미[한국체육학회 심포지엄 지상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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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회 7차 권고 그후 6년 만에 당시 스포츠혁신위원들과 스포츠 현장의 첫 '맞짱' 토론이 성사됐다.

한국체육학회가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5년 국제스포츠과학 심포지엄에서 열린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스포츠혁신위는 '고 최숙현 사건' 직후 체육분야 (성)폭력 등 인권침해 근절대책의 일환으로 출범한 민관합동 위원회로 2019년 2월부터 1년간 체육계 구조개혁을 위해 ▶스포츠 인권 보호 ▶선수육성 시스템 개선 ▶스포츠 공정문화 정착 등을 내용으로 총 7차에 거쳐 52개 과제를 권고했다. 스포츠윤리센터 설립, 스포츠기본법 제정, 합숙소 전면 페지, 정규수업 후 훈련 등의 정책이 이행됐고, 학기 중 주중대회 참가 금지(출석인정일수 축소), 최저학력 미충족시 대회 참가금지 등은 현실을 외면한 일방적이고 가혹한 '규제' 정책이라는 비난 속에 학부모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쳤다.

한국체육학회가 활짝 열어둔 공론의 장에서 보기 드문 갑론을박 토론이 펼쳐졌다.

스포츠혁신위원 출신 정용철 서강대 교수(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가 '헤어질 결심: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미래를 위한 고언', 모굴스키 국대 출신 스포츠혁신위원 서정화 법무법인YK 변호사가 '우리나라 스포츠의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과 선수육성체계 개편'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고, 현장 지도자를 대표해 강호석 스쿼시국가대표감독(국가대표지도자협의회장)이 '대한민국 엘리트 스포츠: 현장에서 본 과제와 미래방향'. 학부모를 대표해 최준혁 운동선수 학부모연대 경기지부 대표가 '학부모가 말하는 선수 보호와 사회적 안정망'를 주제로 발제했다.

▶스포츠는 왜 영재 교육 하면 안되나요?

발제 직후 플로어는 뜨거웠다. 현장의 국가대표 출신 체육인들의 앞다퉈 질문 공세를 이어갔다. 최저학력제, 주중대회 금지, 체육인에 대한 편견에 대해 그간 억눌린 현장의 울분을 쏟아냈다.

'유도 레전드' 김재범 대한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장이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두 개를 다 잘하기는 쉽지가 않다. 하나를 버려야 하나를 얻는다. 서정화 변호사님은 두 가지를 다 잘하셨고, 저는 한 가지만 잘했지만 서로 다른 길이지 누가 더 낫다 말할 수 없다. 올림픽에 3번 나가 금메달, 은메달을 땄지만 메달색이나 자리가 인생의 전부도 아니다"라고 했다. "일단 아이들의 선택을 믿어줘야 한다. 참새나 독수리가 나뭇가지에 앉았을 때 나뭇가지가 안전한지 걱정하지 말고 날개가 튼튼한지 보고, 그 날개가 튼튼해지도록 돕는 것이 어른의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스포츠 외 다른 분야에선 잘하는 애를 더 잘하게 교육하려 하면서 왜 유독 스포츠는 영재교육을 하면 안되는지를 질문했다. 정 교수는 "문화, 예술인은 체육 특기자 제도가 없다. 수업을 안 나가면 자퇴해야 한다 영재교육은 당연히 중요하고, 재능 있는 걸 열심히 하면 공교육 내에서 합당한 제도가 있는데, '안해도 된다고 허용해주는' 건 유효기간이 다 됐다"고 답했다. "초·중 레벨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 기본기를 다지기보다 하루종일 뛰게 하는 경우도 있다. 지도자 욕심이 맞물려 있다. 박지성이 무릎 부상으로 조기은퇴한 이유가 됐다"고 했다.

▶체육특기자 제도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논란의 체육특기자 제도에 대한 열띤 토론도 이어졌다. 강호석 감독은 "체육특기자 제도는 폐지 혹은 수정이 필요하다. 대학 감독이 직접 리크루팅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대학 럭비부를 뽑는다면 감독이 최저를 맞추게 해서 뽑으면 된다. 대학야구 감독은 내야수가 필요한데 시험성적 때매 투수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학 스포츠가 발전할 수가 없다"면서 "특기자 제도는 대학 스포츠를 어떻게 더 활성화할 수 있는가에 목표를 두고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일계열 진학 조항도 풀어줘야 한다. 현행 체육특기자 제도는 운동선수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진로를 제한하는 제도다. '듀얼 커리어'가 가능하게 열어줘야 한다. 미국 사례를 그렇게 좋아하면서 왜 이런 건 안 따라하나?"라고 반문했다.

서정화 변호사는 "체육특기자 전형이 일반학생들이 운동을 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학생들이 운동도 해야 대학을 갈 수 있다는 개념으로 확장, '체육만 잘하면 대학을 간다'가 아니라 '공부와 운동을 잘하면 대학을 갈 수 있다'는 개념이 돼야 한다"고 했다.

정용철 교수는 대입제도에 교내 스포츠 활동에 대한 가산점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서강대가 입시전형에 스포츠 경력으로 '0.1점' 가산점을 주겠다고 하면 물밀듯이 학생들이 들어올 것이다. 이것이 스포츠 문화를 바꿀 수 있다. 학교스포츠클럽도 고3이 되면 입시 때문에 그만 두는 게 현실이다. 학교스포츠클럽 경력은 대입 기록에 적용이 안된다. 3년 내내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한 것, 전국대회 4강 경력이 대입 생기부에 반영되고, 인정받는 방식, 입사할 때도 스포츠 커리어가 축적돼 사회를 뚫고 나가는 매 관문마다 운동을 했다는 사실이 문을 열어주는 게 되도록 하는 게 제 목표다. 서강대 안에서 가산점 0.1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체육인=비리·범죄집단'이라는 편견에 대해

체육인들을 비리집단으로 몰아세우는 사회적 편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같은 문체부 소속인데 왜 우리 스포츠인들만 윤리센터가 필요한가. 연예, 예술, 문화인은 괜찮은가. 문화예술스포츠윤리센터가 돼야 한다. 또 스포츠선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엄격히 제재하면서 문화 예술인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 복귀한다. 왜 아무도 이런 얘기는 안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용철 교수는 "문화연대 집행위원으로도 활동중인데 스포츠윤리센터에 대해 문화예술인들 중 '우리는 없다'며 비리 문제를 공식적으로 해결하는 창구가 있는 걸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체육계에 안좋은 일을 해결하는 국가기관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희태 남자유도 대표팀 감독은 "레슬링, 유도, 복싱 등은 똑같이 훈련해선 절대로 외국선수를 못이긴다. 그런 소위 3D 종목들이 무너지고 있다. 국제대회 출전권을 못따고 있다. 이런 종목은 어릴 때부터 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후 최저학력제, 인권교육과 관련한 편견을 신랄하게 짚었다. "일본의 경우 모든 학생들이 평균 60%를 넘지 않으면 유급된다. 운동선수도 마찬가지다. 왜 운동선수만 따로 한정하나. 잘못된 편견이다. 일본은 유급 위기의 학생들을 선생님들이 불러놓고 교육시켜 유급 안당하게 도와준다. 나는 우리 선수 중 학교에서 남으라 해 공부시키는 선생님을 보지 못했다. 또 지도자가 선수를 폭행하면 그 지도자 개인이 잘못한 건데 체육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한다. 대학원생을 교수가 때렸다고 그걸 교육계 전체로 보진 않지 않나. 체육계를 향한 편견이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스포츠 인권 교육은 들어본 적 있나. 국가대표 감독이기 때문에 지도자 교육 영상을 보는데 '이건 이래서 범죄다' '이렇게 하면 신고하라'고 나온다. 우리 지도자들이 범죄자인가"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인권은 존중이다. 스포츠도 존중이다. 지도자는 선수를 존중하고 선수는 지도자를 존중하는 것이다. '이렇게 존중해라'를 가르쳐야지 '범죄다, 아니다', '이렇게 신고하라'고 가르치는 게 제대로 된 인권교육인가. 제발 그런 편견을 버려달라"고 말했다.

▶반인권적 최저학력제, 학생선수를 지원하는 정책으로

'육상 레전드' 김국영 대한체육회 선수위원장은 "최저학력제, 주중 경기 금지와 관련해 현장에도 가봤다. 육상의 경우 8월 오후 2시 섭씨40도에 하는데 트랙 체감 온도는 200도에 육박한다. 시합을 할 수 없다. 추계 대회를 원하지만 중고학생은 학습권 보장 때문에 출전할 수 없다. 선수들이 너무 힘들다고 한다. 주먹으로 때려야만 폭행인 게 아니다"라며 개선을 요구했다. 정 교수는 "(스포츠혁신위에서)혹서기, 혹한기 안전 부분에 대한 문제까지 생각했고, 전체적으로 경기일수를 줄이는 방식을 목표로 했다. 절박한 시기에 명분을 가지고 진행했는데, 지금 상황에선 그 부분에 분명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복싱 세계챔피언' 출신 이옥성 국가대표 코치도 목소리를 냈다. "우리 학생선수들에게 국영수 성적에 따라 경기출전을 금지했으면 일반학생들도 국영수가 떨어지면 유급시키거나 졸업을 안시켜야 한다. 운동선수는 운동을 해서 대학을 가야 한다. 교육받을 권리, 학습권에는 국영수도 있고, 체육도 있고, 학교안 모든 것이 교육이다. 학생선수를 위한 맞춤형 교육, 독서나 영어교육 등 방안을 만들어놓고 정책을 내면 좋을 것같다"고 말했다. "주중대회 금지와 관련해 선수, 지도자도 사람이다. 쉬어야 한다. 주중 훈련하고, 주말 대회하고 가정 있는 지도자는 집에도 못간다. 선수도 언제 쉬나. 선수는 회복하면서 발달한다. 이런 부분도 정책을 던졌으면 방안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서정화 변호사는 "최저학력제에 대한 반감에 동의한다. '최저'가 맞나. 공부를 잘해야 일정 성적을 해야 대회 나갈 수 있고 생각할 지점은 충분히 있다. 학습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과 일정성적이상을 해야 한다는 건 차이점이 있다. 공부를 잘해야 한단 게 아니다. 국민 누구나 받는 기본 교육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게 학습권이다. 최저학력제 기준이 수업 듣고 수행평가라도 하면 나오는 수준이다. 최소한의 참여에 대한 기준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호석 감독은 "세상엔 많은 아이들이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도 있다. 30점을 못넘냐고 하는데 세상엔 그런 느린 학습자도 있다. 그 아이들에게 운동은 기회가 된다. 공부 못했다고 대회를 못나가게 하나, 공부 못한게 범죄냐, 아니지 않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택천 함께하는 스포츠포럼 이사장은 "최저학력제는 2013년 학교체육진흥법 만들 때 현장과 논의 없이 만들어진 법"이라면서 "학습권은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는것이지 성적을 내라는 게 아니다. 최저학력제는 그걸 넘어서서 '공부 못하는 건 죄'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공부 못하면 대회를 못나간다. 공부를 못하면 잘하게 지원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모든 법은 지원법으로 진화해야 한다. 해결을 위해선 폐지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오늘까지 최저학력제로 인해 우리 학생선수들의 학력이 증진됐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학생선수를 위한 정책을 하자"고 제언했다.

▶스포츠는 AI시대에도 유일하게 살아남을 진정한 교육,

손승리 IBK기업은행 주니어육성팀 감독은 정용철 교수를 향해 "스포츠는 그 자체로 대단한 교육이자 학습이다. 교수님은 스포츠를 교육이 아닌 별개의 어떤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라며 인식과 편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정 교수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고 즉답했다. "스포츠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 모두 교육의 일환이다. 나는 전공자이고 스포츠의 가치는 중요하다"면서 "(최저학력제, 주중대회 참가 제한 등과 관련)함께 마련된 장치들이 깨지고 작동하지 않았다. 스포츠 개혁을 위해 처우, 과학, 지원을 다 넣었는데 깨지다 보니 톱니바퀴가 맞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스포츠의 가치, 체육교육에 대한 믿음을 확고했다. "스포츠 교육만이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AI 시대, 결국 남는 것은 감각 교육, 예술, 문화, 스포츠, 신체활동 교육이 유일하게 살아남을 영역이다. 스포츠 교육이 계속 남을 유일한 창구란 걸 인식하고 있다. 분명히 교육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문영준 전남펜싱협회장은 "종목단체 회장 입장에서 최저학력제에 의해 선수 질이 떨어지고 운동시간이 부족하다는 것, 학부모님들의 반발도 심했다. 두분의 사고와 방향도 저희와 동일한 공통점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스포츠혁신위원들을 많이 미워했다. 오늘 막상 만나 말씀을 들어보니 방향이 같은 부분이 많다는 걸 확인했다. 앞으로 함께 좋은 방향을 고민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회장의 말대로 서로의 생각과 관점은 다를지언정, 스포츠를 향한 애정과 진심, 스포츠 가치에 대한 믿음은 다르지 않음을 확인한 자리였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무려 10여 년 전 만들어진 법안들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체육인들의 공감대, 1년새 쏟아낸 7건의 권고안이 의도와 달리 세심한 장치 없이 선언적으로 작동하면서 실행과정에서 현장과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었던 구조, 현장을 존중하지 않는 정책은 필패한다는 교훈, 지난 6년간 체육현장서 이어진 고뇌와 울분, 그럼에도 스포츠 활동을 대입 가산점에 반영하고, 스포츠가 AI시대 인류에 남을 유일한 교육이자 가야할 길이라는 동일한 시각을 확인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박재현 한체대 교수는 "스포츠혁신위의 권고안은 절박한 상황과 과정에서 만들어진 제도다. 오늘은 서로의 목소리를 확인하고 서로의 입장을 들었다는 걸로 의미를 정리하면 될 것같다"면서 "체육시민연대의 활동이 변화를 이끄는 모멘텀을 만드는 등 긍정적으로 기여한 부분도 있다. 첫 세미나, 첫 토론회는 밤새도록 해도 부족할 것이다. 이런 자리를 좀더 많이 자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역대급으로 뜨거웠던 학술 심포지엄, 맞짱 토론의 끝, 기념사진 촬영시간 모두가 한마음으로 "한국체육, 파이팅!"을 외쳤다. 최관용 한국체육학회장은 "체육계 현장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는 이런 뜻깊은 자리를 계속 마련하겠다 내년 4월 마지막주 금요일 체육주간 기념 학술대회가 있다. 그때 또다시 체육계 현안을 주제를 선정해 토론회를 진행해보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