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우리도 쓸 때는 확실히 쓴다'
전통적으로 효율성 위주의 팀 운영 때문에 '짠돌이 구단'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던 애슬레틱스가 갑작스럽게 초대형 계약을 발표했다. 구단 사상 최대규모 계약이다. 올 시즌 팀 컬러의 일대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팀의 프랜차이즈 특급 유망주를 장기계약으로 묶으며 지갑을 확실하게 열었다.
애슬레틱스 구단은 26일(이하 한국시각) '외야수 타일러 소더스트롬(24)과 7년-8600만달러(약 1247억원)에 계약했다'고 공식발표했다. 8년차 때는 구단이 행사할 수 있는 옵션이 있는데, 이것마저 실행될 경우 최대 8년-1억3100만달러(약 1900억원)로 계약 규모가 확대된다.
'성탄절의 깜짝 선물'이라고 할 만 하다. 애슬레틱스는 과거 오클랜드 연고지 시절 '머니볼'로 유명했던 구단이다. 철저한 스탯 분석과 가치 평가를 통해 '저비용-고효율' 구조로 팀을 운영했고, 어느 정도 가치가 오른 선수는 곧바로 매각하곤 했다. 때문에 애슬레틱스 구단의 이런 초대형 계약은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로 평가된다.'
특히 애슬레틱스가 초대형 계약을 안긴 소더스트롬은 아직 '특급 스타' 레벨에 오르지 못한 선수다. 2020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1라운드로 지명된 이후 마이너리그를 거쳐 2023년 처음으로 빅리그에 데뷔했다. 2023년에는 포수와 1루수를 맡으며 45경기에 나와 타율 0.160(125타수 60안타) 3홈런 OPS 0.472에 그쳤다.
2024년에도 6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3(189타수 44안타) 9홈런 26타점 OPS 0.744를 기록했다. 데뷔 시즌보다는 조금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완전히 주전급으로 도약하진 못했다.
하지만 소더스트롬은 2025시즌에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팀의 간판스타 반열에 올랐다. 올해 158경기에 나와 타율 0.276(561타수 155안타) 25홈런 93타점 OPS 0.820으로 커리어 하이 기록을 세웠다.
공교롭게도 주전경쟁에서 밀린 게 이런 맹활약의 원동력이 됐다. '전화위복'의 아이콘인 셈이다. 원래 소더스트롬은 데뷔 시즌부터 1루수를 맡아왔다. 하지만 올해 초특급 루키인 닉 커츠가 등장하며 1루 자리를 내줘야 했다. 'MLB 신인 최초 한 경기-4홈런'으로 명성을 떨친 커츠는 결국 올해 아메리칸리그(AL) 신인왕을 차지했다.
커츠에게 1루를 내준 소더스토롬은 좌익수로 이동했다. 그런데 오히려 좌익수로 포지션을 옮기자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도 더 좋아졌다. 타격 면에서는 커리어 하이를 찍었고, 좌익수로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외야수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까지 올랐다.
결국 애슬레틱스는 소더스트롬이 더 성장해 FA로 팀을 떠나기 전에 미리 붙잡아 커츠와 함께 '젊은 중심타선'을 구성하려 했다. 일찌감치 선수의 가치를 알아보고 과감하게 베팅한 것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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