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국내 연구진이 최근 포도씨 추출물 복용을 통해 수술 없이도 하지정맥류 환자의 정맥 역류를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했다.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병원장 김은경) 심장내과 정인현·배성아, 흉부외과 박성준·김학주 교수 연구팀은 하지정맥류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 결과 포도씨 추출물 복용군에서 정맥 역류 시간이 크게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의 판막 손상으로 혈액이 심장으로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고여 혈관이 튀어나오는 질환이다.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진단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받은 '만성 정맥부전'의 가장 흔한 형태가 바로 하지정맥류다. 국내에서는 성인 4명 중 1명, 60세 이상 절반 이상이 앓고 있는 흔한 질환이지만, 그간 수술과 시술 외에는 마땅한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도플러 초음파로 정맥 역류가 확인된 19~80세 환자를 두 집단으로 나눈 뒤, 한 집단에는 포도씨 추출물 150mg을 하루 2회 12주간 복용하게 하고, 다른 집단에는 생활습관 개선만 권고했다.
그 결과, 포도씨 추출물 복용군의 평균 정맥 역류 시간은 약 3600ms(밀리초)감소한 반면, 대조군은 약 1100ms 감소에 그치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심부정맥(몸 속 깊은 곳에 위치한 정맥)에서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났다. 무릎 뒤쪽 오금정맥에서의 혈액 역류 시간은 포도씨 추출물 복용군에서 4064ms, 대조군에서 1179ms 감소했다. 이러한 결과는 표재정맥(피부 아래 위치한 얕은 정맥)과 달리 레이저나 고주파 시술, 수술적 제거가 어려워 압박스타킹 착용 외에 별다른 증상 개선 방법이 없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비침습적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객관적 지표뿐 아니라 환자가 체감하는 증상도 크게 개선됐다. 정맥 질환 임상 중증도 점수(VCSS)는 약물치료군에서 3.95점 감소해 1.81점 감소한 대조군과 비교해 2배 이상 높았다. 만성 정맥부전 삶의 질 설문(CIVIQ-14)에서도 약물치료군은 6.97점 증가해 2.97점 증가한 대조군을 크게 앞섰다.
연구를 이끈 정인현·배성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포도씨 추출물이 하지정맥류 환자의 정맥 역류를 실제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라며 "수술이나 시술을 원하지 않거나 시행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비침습적 치료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혈관외과학회와 미국정맥포럼 공식 학술지인 'Journal of Vascular Surgery: Venous and Lymphatic Disorders' 2026년 1월호에 게재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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